#2. 그날 집에 일찍 들어갔다

by 사막나비

그날 나는 집에 조금 일찍 들어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출판사에서 하던 일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고

그날따라 사무실 공기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익숙한 복도를 걸어갔다.

우리 집 현관 앞에 섰을 때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집 안이

조용했다.

나는 열쇠를 꺼내

문을 천천히 열었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으려는데

안쪽 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깐 멈췄다.

낯선 웃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집에서 들을 수 있는 웃음은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방 쪽으로 걸어갔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방 안에는

내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내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있었다.

내 친구였다.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잠깐 서 있다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현관으로 돌아왔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복도는 여전히 조용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나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사람의 인생은

생각보다 아주 조용하게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나는 한동안 밖을 걸었다.

사람들은 평소처럼 길을 걷고 있었고

가게들은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순간

나는 다시 우리 집 앞에 서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말했다.

“오늘 일찍 왔네.”

나는 잠깐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는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천천히 방으로 들어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우리는 같은 집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나는

거의 잠들지 못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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