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자고 있는데 왜 들어온 거야?"
"아니~ 답답하니까 창문 열어주려고 했지~ 야옹~"
아니다. 고양이엄마는 내게 부탁할 게 있을 때만 내 방에 오신다.
생쥐아부지는 심심할 때 오시는데, 고양이엄마는 역시 고양이답게 용건이 있으실 때만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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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사랑 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너무 빨라~ 잘 못하겠는데~야~옹~"
이 말을 번역해 보면 '딸~ 도와줘~'다.
일단은 가만히 있어보니 '예수사랑하심' 찬양이 열 번 넘게 들렸다.
그냥 '도와달라'라고 하면 되지 '왜 에둘러서 표현을 하실까' 이해가 안 가지만 부담 주지 않으시려는 뜻도 있으실 테고 이게 원래 고양이엄마의 성격이라는 걸 이제야 받아들였다.
"아~ 어려워~ 야옹~ 야옹~"
"이걸 느리게 해서 보면 돼~ 엄마! 봐봐~"
나는 유튜브의 율동을 보며 찬양제를 준비하시는 엄마에게 자세를 가르쳐주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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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알아서 찾아보겠지."
"왜?"
고양이엄마와 거실에 있다가 혼잣말을 하셨다.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을 했는데,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이제 나이 들어서 언제 여행 갈지 모르니까 가자고 하는데 이게 괜찮나?"
"모르지. 나야~"
하고 발 빼고 있었다. 나도 여행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그런데 고양이엄마는 시간이 지나서 아주 자연스럽게 입을 여셨다.
"ㅇㅇ여행사가 어디야?"
"왜? 찾아보니까 이름이 없어. 개인여행사 같은데?"
"안전이 중요하지.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야."
"한번 찾아봐봐~"
"응응!"
고양이엄마의 부탁에 두 가지 옵션을 찾아 공유해 드리고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고양이엄마였다!
"엄마 왜?"
"나 너 봤어!"
"앵? 어딘대?"
"여기 야구장 쪽이지."
"산책 나왔어? 왜? 아니지.. 나올 수 있지!"
잠시 당황했었다. 고양이엄마랑 산책을 한지가 이삼 년이 넘었는데, 갑자기 공원으로 산책을 나오시다니.
고양이엄마를 만나 호수 근처를 도는데, 고양이엄마는 집에서의 근엄함과는 다르게 고양이가 신나서 '야옹~야옹~' 소리 내듯이, 엄마도 어디로 여행 갈지 이야기하시고 또 생쥐아부지 얘기, 아기벌레손녀이야기 등등 여러 주제가 다 나왔다.
그리고는 "예수사랑하심은! 너무 빨라 빨라~"라고 하시면서 율동을 연습하셨다.
나도 덩달아 "엄마! '예수사랑'이 네 글자에 손동작이 다 들어가!"라고 하면서 또 엄마의 페이스에 말려들었다.
크크크~
평소 생쥐아부지나 고양이엄마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에 있어서 생쥐아부지는 소통방식이 비슷한 반면에 고양이엄마는 나와는 좀 다르다.
이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족도 관찰해야 하는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이 한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대화하고,
어떤 표현을 좋아하고,
어떤 걸 싫어하고,
어떻게 해야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는지 등등 배우는 것 같다.
고양이엄마는 나에게 최대난제여서 가장 난이도 상급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매력적인 난제이기도 하다.
만약 또래 친구였다면 고양이엄마는 나를 친구로 받아주지 않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적이고 진지하고 표현이 거의 없으니.
부모자식 간이라서 가능한 교류지 아니었다면 택도 없었을 교류다.
하하하~
지금 아기벌레고양이가 딱 고양이엄마랑 비슷해 보이는데 아기벌레고양이가 좀 더 크면 어떨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원래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았었는데,
고양이엄마를 더더 알아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소녀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엄마!
가족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누구보다 강해지신 고양이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