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는 처음이라

by 마리안

나는 원래부터 물건을 판다면 영업왕이 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어떤 물건을 사용해 보고 그 물건이 좋으면 주변에 소개해주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너무 설득력이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이렇게 답했다.

"글쎄, 내가 이 물건을 팔아서 금전적 혜택이 있다면 오히려 이렇게 열렬히 설명하지 못할 거야."


나는 Food Demonstrator.

매일 아침 나의 시식카트에 무슨 물건이 올려져 있는지가 관건이다. 팔기 좋은 물건이 놓여있으면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다. 물건과 함께 판매가이드 한 장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제품에 대한 간단한 판매 포인트와 오늘의 영업목표량이 적혀있었다. 판매실적이 쌓이면 6개월 후, 보너스도 지급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근무일수도 더 많이 배정받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며칠을 일하는지에 따라 월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몇몇은 매니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스로 끄나풀이 되기도 한다고, 이곳에서 오래 일한 한국인 할머니 선배가 슬며시 귀띔해 주었다. (이 분은 미국에 산지 40년이 넘었는데, 학교 식당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명예롭게 은퇴해서 연금도 받는다.) "쟤는 조심해야 돼. 매니저한테 다 고자질해." 나는 마치 일제 강점기로 돌아간 듯한 재밌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Grass Fed Beef Jerky vs 나의 그저 그런 beef Jerkys

그날, 내게 배정된 물건은 평범한 beef Jerky였다. 판매 가이드를 보니 소비자를 매혹할 만한 특별한 사항이 없었다. 제품 뒷면의 성분표를 보니, 설탕함량도 높고 나라면 그다지 살 것 같지 않은 제품이었다. 어쨌든 내게 할당된 제품이니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 아이를 모두에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한 번만 잡숴봐'하는 심정으로 시식을 권유했다. 그때, 아름답고 고상해 보이는 40대 백인 여성이 손에 다른 Beef Jerky를 들고 내게 다가와 물었다. "이거 하고 당신이 파는 그 물건하고 어떤 게 좋은 거 같아요?" 그녀의 손에 쥐여있는 물건은 Grass Fed Beef Jerky였다. 나는 '당연히 나라면 Grass Fed 지'라고 생각하며, 내가 파는 물건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에어컨이 빵빵한 매장에서 갑자기 나의 귀가 뜨거워지고 이마에 땀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말하며 Grass Fed를 선택하고 사라졌다. 그다음부터 어떻게 그 하루가 지났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진실하고 유익하게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난 뭐라고 답해야 했어?"

남편이 말했다. "정직하게 말해야지."

"그럼 그게 더 좋다고 해? 이 물건을 자랑하는 게 내 임무인데?"

"아니, 둘 다 말해야지. 그 물건도 좋고, 이 물건도 맛있어요. 선택은 그 사람의 몫이야."

나는 그때 깨달았다. 진실하게, 유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진실을 포기하고 유익만 추구할 때 사람이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직업이 나의 삶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때때로 '나라는 사람'이 직업의 특성에 잡아 먹혀버리기도 한다. 특히 일에 몰두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일과 정체성이 하나 되기 쉬운 듯하다. 나는 정체성이 성장기에 확립되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막연히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정체성은 교정되고 단단해지는 것 같다. 수많은 선택의 상황 속에서 좀 더 옳고 좋은 것을 선택함으로 인해, 꾸준히 나를 아름답게 채워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범죄를 제외한 모든 직업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직업에는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물건을 판매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들이 물건을 더 잘 파악해서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일하면, 내 일에 더 자신감도 생기고 자부심도 생기는 게 아닐까?


판매는 처음이라, 욕심이 앞섰지만 나는 또 하나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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