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조에서 일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트레이더 조에서 한국 사람 일하는 거 처음 봐요.”
“여기 들어오는 거 힘들어요?”
“영어 잘해야 하나요?”
주로 한국 손님들이 이렇게 묻는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도 일하는걸요? 한번 지원해 보세요.”
그리고 속으로 덧붙인다. ‘생각보다 노동량이 많아서 힘들 수도 있어요.’
트레이더 조 직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친절하다. 손님들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 미소를 짓는다. 도움을 요청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원하는 물건이 있는 곳까지 직접 안내한다. 직원들의 웃음소리는 손님들의 기분까지 밝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손님이 우리 일이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첫날, 근육통과 관절통에 모두 놀라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일을 시작한 후 6개월 넘게 심한 근육통에 시달렸다. 체중도 5kg이나 빠졌다. 새벽 5시에 출근해 수십 개의 무거운 상자를 나르고 물건을 진열해야 한다. 트레이더 조에는 어떤 의미로든 남녀 차별이 없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무거운 물건을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들고 나른다. 물론 승진이나 시급에서도 차별은 없다.
트레이더 조의 주요 방침 중 하나는 ‘Kaizen’이다. 이는 매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개선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그래서 일하는 시스템도 자주 바뀐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최근에는 출근하면 자신이 원하는 업무에 ‘sign up’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한 시간은 계산대, 한 시간은 물건 진열, 한 시간은 제품 시식 같은 식으로 스스로 일정을 정한다. 트레이더 조는 한 가지 업무만 계속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좋지 않다고 믿는다. 이런 시스템의 근거는 ‘사람을 믿는다’는 가치다. 직원들이 알아서 성실히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가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그런 소수 때문에 기업 철학을 바꾸지는 않는다.
트레이더 조는 직원 복지로도 유명하다. 특히 의료보험은 거의 최고 수준이다. 미국에서 좋은 의료보험은 2인 기준으로 한 달에 2,000달러 정도이고, 연간 본인 부담금(deductible)도 5,000달러 정도다. 하지만 트레이더 조의 PPO(의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보험)는 1인당 월 100달러, 연간 본인 부담금은 500달러에 불과하다. 그래서 돈이 많아도 의료보험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도 꽤 있다. 401K 은퇴연금도 훌륭하다. 연간 6%(회사에서 주는 보너스)를 은퇴계좌에 납입하면 회사가 4%를 추가로 매칭해 총 10%를 채워준다. 게다가 6개월마다 시급도 인상된다.
트레이더 조의 여러 장점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점은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이다.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지양하기 때문에 그런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덕분에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유쾌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져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기분 좋은 경험을 한 손님들 중에는 직원들 점심을 사주라며 매장에 현금을 쾌척하기도 한다. 나는 꽃다발을 선물 받은 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트레이더 조는 고된 육체노동의 한계를 잘 극복한다면 정말 일하기 좋은 회사다. 나는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으로 LA Fitness와 필라테스 클래스에 등록했다. 고된 육체노동이 오히려 건강으로 이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