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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n 29. 2021

오랜만에 시부모님을 방문하다

야외 수영장도 갔다가


주말에는 바빴다. 토요일 오후엔 야외 수영장에 갔고, 일요일엔 슈탄베르크의 카타리나 어머니 댁에서 점심을 먹고 왔다.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몹시 피곤했다.


수영장의 인기 간식은 커리 부어스트(카레 소세지)와 포메스(감자튀김)! 독일식 얇은 피자는 플람쿠헨 Flammkuchen(가운데). 저녁 7시 이후 풀은 오리들이 접수함(아래).



뮌헨의 여름날은 야외 수영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지난 주말에 우리가 간 곳은 뮌헨 시내에서 북쪽인 웅거러 바트 Ungererbad. 토요일 한글학교를 마치고 남편과 아이와 언니와 다 같이 갔다. 아이의 친구 라우라도 함께. 햇살 가득한 초록 잔디밭이 드넓게 펼쳐진 곳. 아름드리나무 아래에는 서늘한 그늘. 독일 사람들은 덥지도 않은지 땡볕 아래 자리를 펴고 누운 사람들도 다. 예전의 나는 햇볕 아래 10분만 있어도 머리에서 김이 났는데. 검은 머리카락 때문에 그랬겠지. 그날은 나무 그늘 아래에 있으니 시원하다 못해 추웠다. 추위를 많이 타는 언니를 위해 해와 함께 조금씩 이동했는데 돗자리  깔개와 가방과 신발까지 챙겨야 해서 보통 일이 아닌데도 귀찮지 않고 소꿉놀이를 하는 기분이었.


야외에 나오면 군것질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지. 독일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커리 부어스트와 포메스. 카레 소스에 찍어먹는 소시지와 감자튀김을 말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으니 국민 간식이라 불러도 되겠다. 어릴 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자라서 어른이 어도 좋아하는 건 당연하겠다. 독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들과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을 사이좋게 먹고 있는 풍경처럼 말이다. 옛날에 남편과 연애할 때는 이런 진풍경도 보았다. 키가 2미터나 되는 남편 친구가 카페에서 핫초코를 주문하더라는.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덩치는 산 만한 남자가 핫초코를 마시는 게 생소하면서도 귀여웠다는 . 여행자들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독일에는 독일식 피자도 있다. 아주 얇고 바삭한 이름은 플람쿠헨 Flammkuchen. 걱정 마시라. 이름만 쿠헨이지 단 음식이 아니다.


야외 수영장은 저녁 7시에 문을 닫는다. 15분 전에 방송을 듣고 짐을 싸 다. U반을 타고 집에 오니 7시 30분. 라우라 아빠가 라우라를 데리러 오면서 검은  반 덩어리를 들고 왔다. 우리로 치면 집에서 만든 떡이라고 해야 하나? 라우라 엄마가 집에서 직접 구운 빵이란. 재주도 좋다.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이 엄마는 분명 빵집에 납품하는 사람일 거야. 어떻게 집에서 만든 빵이 빵집에서 파는 빵보다 더 쫄깃하고 맛있을 수가 있느냔 말이지. 세상에는 부지런하고 알뜰하고 존경할 만한 주부들이 정말 많다. 월요일 오후에도 아이는 라우라 가족과 미하엘리 바트 Michaelibad에 . 아이가 다니는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은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에 마친다. 오전에는 학교에 가고 오후에는 친구와 수영장에 는 이런 날이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라우라의 간식과 라우라 엄마가 직접 구운 검은 빵(가운데). 냉장고 안에 고이 모셔두고 잊고 간 우리 간식 샌드위치는 다음날 아침으로 먹었다.



카타리나 어머니 댁에 간 건 한 달 만이었다. 시누이 바바라가 포르투갈로 2주간 휴가를 다녀온 후에 같이 방문하려다 간격이 길어. 한 주 전에 가서 까 하다가 오토 아버지의 큰 딸 미하엘라가 온다는 소리에 방문 계획을 접었다. 묻고 또 캐묻는 스타일인 그녀는 피곤한 대화 상대다. 직업은 산부인과 의사. 내게 들려주고픈 말도 많고, 내가 하고 있는 투병 방식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을 것이다. 아무려나 피곤한 사람은 만나기 싫은  어떡하나. 카타리나 어머니께는 진작 가발을 쓴다고 알려드렸다. 놀라지 마시라고, 참하게 나온 사진까지 보내 드렸건만 '가발' 소리만 듣고도 두 분이 우셨다고. 그 세대에게 항암은 힘든 투병인가 다. 양호상태찾아뵜는데도 어떠냐, 정말 괜찮냐, 계속 물어보셨다. 항암을  주나 다는 소식에 걱정이 더하셨겠지. 그날따라 졸려서 점심을 먹고는 2층에 올라가 잠까지 들어버렸.


정원의 야외 테이블에서는 카타리나 어머니와 오토 아버지 두 분만 식사를 하셨다. 우리는? 과장하자면 100미터는 떨어져서 밥을 먹었다. 정원의 끝에 있는 별채, 일명 마녀의 집으로 불리는 헥센 하우스 Hexenhaus 여름 식탁에서. 별채 발코니의 반질거리는 무거운 나무 식탁은 피서용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식탁 모서리에 앉자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지하에서 퍼올린 듯 등골을 타고 오르내리 바람이었다. 그날 나는 쉬기로 작정다. 차를 타고 오면서 벌써 피로했다. 상차림은 남편과 바바라와 언니와 아이에게 맡긴 채 식탁 한쪽에 앉아 책을 펼쳤다. 바람이 불어와 가벼운 원피스 자락과 종아리와 발등과 책장 사이를 쉴 새 없이 들락거렸으나 마음을 헝클어놓지 않았. 초록빛 테이블보에 피어난 핑크빛 꽃송이들도 무심을 가장하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꽃들도 눈치를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에서 대로 되지 않는 오데트와의 사랑 때문에 스완의 마음이 몹시도 아프다는 것을. 그래서 나 역시 가슴을 졸이며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가 부르시는 정원 끝에 있는 여름용 별채는 '마녀의 집'. 정원에서 잘라온 장미와 어린 숙녀가 숨은 그림처럼 앉아 있는 화병. 연못가엔 낮잠을 즐기시는 개구리 왕자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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