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속적인 항암 케어를 위해 언니가 비자를 연장했다. 2차 백신도 곧 맞을 예정이다. 북독일의 물난리는 이자르강 수위를 높이는 정도에서 그쳤고, 뮌헨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동네 파울라나 맥주집에서 언니의 비자 연장 축하 저녁 식사.
언니가비자연장을 신청한 건 한 달 전이다. 언니는 90일 무비자로 독일에 입국했다. 말이 무비자였지 입국 심사는 꽤나 까다로웠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90일이 지나도 다른 나라에 한번 나갔다 오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 그런데지금은 90일 안에 출국하는 경우 6개월간재입국이 금지되었다. 입국 심사때는언니가심사관에게이런 시국에 왜 독일에 90일 동안 체류해야 하는 지를 강하게 어필해야 했다. 우리 동생 병간호 때문이에요. 한국 음식도 해줘야 하고 가사도 도와줘야하거든요. 이런 건 안 통했다. 조카가 어려서요. 동생이 항암 하는 동안 조카를 돌봐줘야 해요. 이건 통했다.
남편이 외국인 비자청에 언니의 비자 연장 신청을 했다. 비자 신청서는 두툼했다. 암환자 카드가 나의 투병을 증명했다. 준비서류는 여권, 봉급과 재산 증명, 건전한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고 있다는 확인등등. 언니는 요가원을 비롯 몇 군데에서 지난 몇 년간의 월급 명세서를 발급받았다.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에서 4대 보험 납부 증명서를 영문으로 뗐고, 은행에서 잔고 증명도 필요했다. 이럴 경우 배우자의 월급이나 재산 증명도 좋다. 토지나 부동산의 경우 등기부 등본을 추가하면 된다.모든 서류는 영문이나 독일어로 번역한 후 공증을 받았다. 시간을 줄이려고한국 번역 회사에서 스캔한 서류를메일로 받아 제출하고 원본은 국제우편으로 추가 제출했다. 독일 거주지 신고도 필수. 독일 건강보험도 들어야 함. 어제 언니는 1년6개월의 비자를 받았다.
비자 연장 신청을 하며 놀란 건 달라진 한국의 위상이었다. 남편이 언니의 비자를 신청하면서알게 되었다. 물론 우리 남편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독일은 EU국을 제외한 8개국에 비자 혜택을 주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것!8개국은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일본, 한국, 캐나다, 미국, 영국(북아일랜드 포함)이다. 이들 8개국 국민은 무비자로 독일을 여행할 수 있으며, 3개월 이상 체류를 원하거나 취업을 원할 경우 외국인청에 비자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놀랍지 않은가? 우리 남편 역시독일 시부모님들께전화를하며꽤나 흥분한 어조였던걸 보니 상상도 못했던 듯하다. 나는2002년 6월 독일에서 결혼을 했다. 그때 월드컵에서 한국이 승승장구 후 3,4위 전에서 독일에 질 때만 해도 한국의 위상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2018년에다시 독일로오니 또월드컵을 하지 뭔가. 이번에는 한국이 독일에 이겼고,그 해 봄에는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독일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2018. 4. 28일자 쥐트도이취 차이퉁(위). 독일의 예방접종 수첩과 암환자 수첩. 비자혜택을 받는 8개국 안내문(아래).
언니의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말해야겠다. 남편과 나는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했다. 내가 암환자라서 남편 역시 주치의에게 빨리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문제는 언니였다. 언니 역시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다. 정식 비자가 없는 한 90일 무비자로는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레겐스부르크의 힐더가드 어머니로부터.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는 분이 여의사인데 백신이 남으니 주변에 안 맞은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어머니가 맞으라고 한 사람은 우리 남편이었다. 남편의 2차 접종일이 늦게 잡혀있어서 당겨서 맞으라는 것. 그런데 우리 남편이 의사에게 물었다. 사정이 이러저러한데내아내의 언니도 같이 맞을 수 있냐고. 오케이,같이 오란다. 7월 초에 1차를 맞고, 2차는내일. 물론 레겐스부르크로 가서. 간 김에 어머니도 찾아뵙고.
백신에 대해서는 우리 가족 중에도반대 의견이있다. 시누이 바바라가 그렇다. 이분이백신 접종 반대주의자시다. 힐더가드 어머니는 올여름 가족 여행을 제안하셨는데, 평소처럼 삼남매를 모두 초대하셨다. 나와 언니는 초대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못 간다. 항암이 끝나지 않았기에. 어머니가 몹시도 애석해하시는 부분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현재로써는 항암에 집중해야 하고, 나는 못 가지만남편과 아이가 갈 수 있으니얼마나 다행인가. 북독일에 사는 형네와도 오랜만에 만나니좋고. 휴가지는 포르투갈 아래 스페인 남부 바닷가휴양지다. 예정일은 9월 초. 아이의 방학이 끝나기 직전.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아직 장담하기는 이르다. 아이는백신 접종이 허락되지 않는 만 12세 이하라서 백신을 못 맞았다. 나머지 식구들은 다 맞았고. 바바라만 빼고. 어머니께 눈총 꽤나 받을 지도모름.
저녁에는 언니의 비자를 축하하기 위해 저녁을 먹으러 갔다.아이의 친구 율리아나도 같이.집 앞 이태리 식당 소피아 Sophia는 예약을 안 했더니 노천 테이블에 자리가 없단다. 지난주 내내 비가 오다가 이번 주는 날씨가 좋으니다들 여름 날씨를 즐기고 싶은가 보다. 남편이 옆 동네인 도이치 뮤지엄 앞 파울라나 Paulaner 맥주집에 달려가 테이블을 확보했다. 남편들은 동작이 빠르고 볼 일이다. 아이들은 독일 돈가스 비엔나 슈니츨, 우리는 오리 구이를 두 개 시켜서 나눠 먹었다. 함께 나온 감자 크누들을 보시라. 사이즈에 압도될 판! 요즘 북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비 피해가 크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이자르 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난 걸 보고 놀랐다. 뮌헨에 온 지 4년 만에 그런 강물은 처음이었다. 비가 더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오늘은아홉 번째 항암을 위해 병원에 와 있다. 어제 피검사를 받았는데 백혈구 수치가 충분하지 않은 지 어제 오후에 재방문해서 호중구 주사를 맞았고, 오늘 아침에 다시 한 번 피검사 후 대기 중.
2021.7.19. 저녁 9시의 이자르강. 산책로의 나무들이 물 속에 서 있다.
2021.5.27 저녁 7시의 이자르강. 지금은 물 속에 잠긴 가운데 산책로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