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장의 사진의 추억

막내 고모를 생각하며

by 뮌헨의 마리


막내 고모의 얼굴을 기억하려 한다




막내 고모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모조리
망각의 강으로 달려가 던져 버리는
기막힌 연금술을 연마한 유년 이후
형편없는 기억력으로 할아버지 말고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단 한 사람

부곡온천 뒷산 진달래꽃 같은 사람


흑백사진 속에는 결혼도 안 한 고모가
새댁 같은 얼굴로 쪼그리고 앉았는데
양 무릎에 아기새들처럼 꼭 붙어 섰는
쌍둥이 여자 아이 둘 옛날 사진관에서

막 걸어 나온 단발머리에 시골에서는

흔하지 않던 층층이 원피스를 입고서

엄마 없는 애들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날을 기억한다 그 순간 그 장소를

우리를 데리고 고모는 온천엘 갔다

봄이었다 무슨 날인지는 기억나지 않고
온 산에 진달래만 피어있었다 사람들이
온천을 마치면 뒷산으로 몰려나와
꽃들 사이로 춤추던 시절 고모는

무슨 마음으로 온천엘 가고
어린 조카들과 사진을 찍었나


결혼하고 얼마 후에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가 없어 학교도 못 들어가고

엄마가 없어 울지도 떼도 안 쓰던

자식처럼 안아 주던 조카들과
태어나지도 못한 어린 영혼과
고모는 가고 그렇게 떠나고


지금은 사진으로 남았다

한 장 사진으로만 남았다

고모를 잊기 위해 살았다

고모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지금은 가슴 속에 한 장
사진으로만 남은 사람을

그날 이후 온천에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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