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요가를 간다. 3년 만이다. 선생님도 교실도 반가웠고, 돌아갈 곳이 있어 고마웠다. 이번에는 성실해야지. 열심히 가면 건강보험에서 수강료를 돌려주는 시스템이라서.
연둣빛 요가 교실.
우리 동네 요가 교실에 갔다. 3년 전 처음 갔을 때 60대 초반이셨던 선생님은 60세 중반이 되셨는데도 예전 모습그대로셨다. 할머니라 부르기엔 젊어 보이는 선생님께는 유치원생 손주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었겠다. 지난 몇 년 사이 선생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이셨다. 우아해 보이신다고할까. 얼굴은 더욱 편안해지셨고 머리카락도 그때보다 길었다. 어쩌면 선생님을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진 건지도모르겠다.
2018년 초 뮌헨에 왔을 때는 독일 사람들과 만나면 낯뿐만 아니라 말도 가렸다. 애증 하는 독일어 때문에. 독일말이 독일 사람들 만큼이나 합리적이어서 문법에 어긋나지 않게 앞뒤가 딱딱 맞아야 하는 게 문제였다. 사람이 그러기가 쉽나. 기분에 살고 기분에 죽는 한국 사람인 내가. 요가수업에옛날 멤버들은 없었다. 옛날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그중 몇몇은 선생님과도 친한지 요가 수업이 끝나면 어울려 차를 마시러 가는 분위기였는데. 물론 나는 아니고.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항암 이야기는 전날 왓츠앱으로 보내드렸다. 짧은 머리를 보고 놀라실까 봐. 그러자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는 위로의 말이 도착했다. 수업 날엔 일찍 가서 그동안의 안부를 여쭈었다. 선생님도 그사이 많은 일이 있으셨다고 했다. 내 아들 중 하나가 자폐라고 얘기했었나? 물론 말씀하셨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아들이 다시 가족들과 지내고 있다고. 선생님의 모습에서 모든 일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느낌을 받았다. 어려움이 없는 집은 없다. 그런 당연한 사실들이 위안이 될 때가 있다.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그 유명한 첫 구절에도 나오잖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민음사)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문학동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대로 불행하다."(작가정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펭귄클래식) 살다 보니 누구에게나 한 번쯤 어려운 시기가 오는 것 같다. 특히 40~50대 때. 건강 문제든 경제적인 문제든 정서적인 문제든. 다른 이들이 그랬듯 참고 견디고 이겨내는 수밖에.
요가원 모습.
요가 교실의 공간은 아주 작다. 앞뒤로 매트를 세 개씩 깔고, 가운데에 선생님과 회원 한 분이 마주 보고 수업을 한다. 수업 인원은 총 7명. 그날은 결석한 사람도 있었는데 한 명이 더 오면 어디서 하지? 6월 중순부터 날씨가 좋으면 우리 집 가까운 이자르강 산책로 공원에서 야외수업을 하실 계획도 있으시다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좁은 공간에서 코로나 때문에 문을 열어놓고 수업을 하려니 외부 소음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수업은 편안하다. 일명 힐링 요가라 불러도 될 정도. 수업 중에하는 동작 수는 적고 모든 동작이 천천히 진행된다. 예전에는 지루하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지금은 강도가 내게 적합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려운 동작들을 따라 하기는 무리가 있어서. 부종이 있던 왼쪽 다리는 많이 좋아졌는데 최근 오른쪽 무릎이 불편해서 구부리거나 접는 동작이 어렵다. 양반 다리나 다리를 꼬는 것도 안 한 지 오래. 벌써 한두 달쯤 됐는데 신기하게도 걷다 보면 괜찮아진다. (아님 걸어서 괜찮아지는 건가?)
요가가 이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자연요법센터 의사 샘의 말씀도 계기가 되었다. 항암 후 피트니스를 한 지 만 7개월이 되자 체력도 좋아지고 이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리 부종 테라피스트 프라우 호르카도 요가에 적극 동의했다. 그녀 자신도 수년간 이명으로 고생을 했다고. 그녀는 이명의 가장 큰 원인을 스트레스로 보았다. 자가 귀 마사지도 알려주었다. 양쪽 엄지 손가락을 귀 안에 넣고 원을 그리듯이 돌리고, 귓바퀴 전체와귀 앞 혈자리도 꼭꼭 누르기.
프라우 호르카가 이명에 좋은 약도 추천해 주었다. 본인도 효과를 보았다며. 이비인후과 의사가 추천하는 은행 성분이 포함된 자연성분 약이었다. 피의 흐름을 좋아지게 하고 피를 묽게 만들기 때문에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는 사람이 중복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했다. 내 경우엔 은행 약이 효과가 없어서 고민하던 차였기에 바로 약국에서 샀다.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함. (약 이름은 테보닌 Tebonin. 강도에 따라 세기가 다르다. 나는 약사와 상의 후 중간 강도인 120mg을 먹어보기로 했다. 1일 2정 복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