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어머니 정원엔 봄꽃들이

카타리나 어머니 방문기 1

by 뮌헨의 마리
카타리나 어머니의 봄정원.



오랜만에 슈탄베르크의 카타리나 어머니 댁을 들렀다. 지난번에 왔을 때 오토 아버지의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그날은 점심 식사를 거의 못하시고 곧바로 침대로 돌아가 누우셨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식사도 조금 하시고 식탁에도 꽤 머무셨다. 올해 1월 그는 만 95세가 되었다. 기운이 예전만 못하신 것 빼고는 기억력도 좋으시고 귀도 밝고 눈도 맑으시다. 주로 침대에 누워 TV를 보시지만 점심 때는 휠체어에 앉아 테이블에서 어머니와 같이 점심 식사를 하신다. 대화도 정상적. 연세를 생각하면 최상의 상태라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어머니 정원의 아주 아주 작은 봄꽃들 1(이름을 잘 모름).



이번에는 우리가 점심을 준비했다. 요즘은 주로 어머니가 이태리 레스토랑에 주문을 하시고 우리가 어머니 댁에 가는 길에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픽업하고 있다. 지난여름 두 번째 고관절 수술 이후로 어머니는 더 이상 음식을 안 하신다. 그렇다고 며느리인 나나 딸인 바바라가 음식을 해 가지도 않는다. 세 여성에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인 셈. 이번처럼 바바라가 스파게티와 샐러드를 하자고 미리 재료를 준비하면 난 조용히 요리하며 거들뿐. 지난여름 나 역시도 어머니가 수술 직전 심각하게 아프셨을 때 내 상태를 무시한 채 매 끼니를 준비했다가 무리를 해서 그해 가을 다시 항암과 방사선을 한 적이 있다. 그 후로 눈 딱 감고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쉬운 건 긴 세월 동안 그 누구도 어머니의 요리를 전수받지 못한 것.



어머니 정원의 이름 모를 봄꽃들 2.



삼월 중순 어머니의 정원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해마다 피는 작은 봄꽃들이 소리소문 없이 피어있을 뿐. 이름은 여전히 모른다. 흰 꽃, 노란 꽃, 보랏빛과 푸른빛.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게 없다. 나무에 핀 작은 핑크꽃은 봄을 알리는 첫 신호탄 같다.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에스프레소 원샷을 부운 아포가토를 맛있게 먹고, 아이와 나는 어머니 거실의 긴 소파 맞은편에 마주보고 드러누워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어머니는 며칠 전 마트 주차장에서 차를 뒤로 빼다 뒤에서 오는 차와 살짝 부딪혀 차량 뒤쪽을 긁혔다. 그날은 막내인 우리 남편과 시누이 딸을 앞세워 현장으로 출동하셔서 재검토 및 점검을 하셨다. 거실 통유리로는 어머니의 정원이 내다보였는데 어느샌가 옅은 봄햇살과 새소리가 살그머니 들어와 거실 탁자에 고요히 앉았다가 나와 함께 잠이 들다 깨다를 반복했다. 나른한 봄날의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어머니 정원의 장미밭은 아직 봄소식이 없고. 마른 나뭇가지에 겨우내 매달려 있던 '나도 꽃이다' 소리 치던 나뭇잎(위). 각각 반대편에서 찍은 어머니 정원 모습(아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 부헨벡 7번지에서 만나자는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