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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an 12. 2024

새 항암 그리고 새 가발

항암 주기는 2주

처음엔 3개로 시작했다가 6개로 늘어난 새 항암.


새 항암을 하던 날은 일찍 병원에 갔다. 아침 8시 15분 병원 도착. 주말에 쌓인 눈으로 길은 계속 얼어붙어 있었으나 날은 흐리지 않고 후에는 까지 나왔다. 8시 30분 항암 시작.  약은 케릭스 Caelyx (소루비신 Doxorubicin. liposoma으로 더 알려져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선 '공포의 빨간 약'으로 불리며, 제1세대 항암약으로 항암 효과 큰 반면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먼저 희석액부터 맞았다. 예전 항암에 비해 단출한 느낌으로 출발했지만 역시나 나중에 희석액을 3개나 더 추가해야 했다.  


9시 30분 항암약 투여. 10시에 항암 중단. 이유는 호흡 곤란이었다. 항암약을 맞을 때 나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흡이 불편하고 숨이 가빴다. 이어서 어지러움과 한기가 느껴졌다. 의사에게 말하자 당장 항암이 중단되었다. 30분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 증세가 호전되고 난 후 10시 30분에 다시 시작했다. 의사가 항암 투여를 더 천천히 다. 그 후로는 피로감 말고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추워서 항암 내내 패딩을 입고 있었다. 졸리면 자고 화장실도 두 번 다녀오고, 도중에 배가 고파서 평소처럼 싸간 과일과 채소를 먹었다. 걱정했던 오심과 구토는 없었다. 항암이 끝난 시간은 12. 새 항암은 총 3시간 반이 걸렸다.



새 항암 후 이자르강 산책.


집에 오자 배가 고파서 아침에 준비해 두고 간 뮤슬리를 먹었다. 항암 후 생긴 부작용은 입 안 헐기였다. 심하지는 않아서 음식을 먹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둘째 날부터 입 안 증세가 나아졌다. 오후에는 생각보다 피로하지 않아서 산책을 갔다. 전 항암 때 호흡 곤란을 경험해서인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땅바닥이 얼어  미끄러지만 모래가 뿌려진 곳만 골라 조심조심 걸었다. 해가 나와서인지 추위 한결 누그러 5 천보 정도 다. 오후 늦게 피로해서 잠을 고 나서는 밤새 못 잤다.  번째 항암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다. 항암을 한 날은 자주 못 잤기에 편안하게 생각했다. 책을 새벽 5시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이 도시락까지 챙겨주었다. 음날부터 전 산책으로 산책 시간을 바꾼 후로 불면증이 해결되었다. 멜라토닌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세 번째 부작용은 항암 다음날 찾아온 변비였다. 1시간 남짓 계속 물을 마시며 노력한 결과 변비를 조금 해결했고, 다음날부터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며 증상을 해결했다. 네 번째 부작용은 위 통증과 더부룩함, 소화불량이었다. 이건 수술 후 퇴원과 함께 시작된 문제였다. 항암과 함께 더 심해졌을 뿐. 앞으로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음식을 조금씩 천천히 오래 씹는 게 해결 방인데 습관이 안 되어 늘 깜빡다. 친정 엄마를 닮아 소화는 잘하는 편이었는데 항암 앞에는 장사가 없구나. 매일 아침 신선한 과일과 채소 한 접시를 꼭꼭 천천히 먹는 연습부터 하고 있다. 뮤슬리 한 공기까지 소요 시간 1시간이 목표다. 의사 말로는 구토 방지약이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길래 저녁마다 한 알씩 먹고 있다. 움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위통은 잦아들고 있다. 산책도 위통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을 때 트이 나 속이 시원해질 때가 있다. 항암 첫째 날과 둘째 날은 5 천보, 셋째 날부터는 6 천보씩 걷고 있다.

 


이자르 강변 로젠 가르텐의 얼음 꽃들.


항암 주기는 4주에서 2주로 당겨졌다. 항암 다음날 내 담당인 Dr. 마리오글루 샘의 제안이었다. 퇴원 후 새 항암에 관한 상담은 다른 샘과 했는데 그때는 주기가 4주였다. 마리오글루 샘 말로는 4주는 너무 길고 느리니 2주로 가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부작용이 안 커서 저런 제안을 하시는 걸까. 제발 그렇기를. 매주 항암을 할 때도 큰 부작용이 없었으니 2주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항암 후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걱정하던 오심과 구토는 없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항암이 진행될수록 나중에 올 확률도 크다. 지금은 위 상태를 잘 살피면서 잘 먹고 면역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참, 한국에서 나와 같은 으로 항암 하신 분들의 후기를 읽으니 항암 후 며칠 동안 소변색이 빨갛다고 하던나는 지금까지 소변색이 변하지 않았다. 내 경우엔 한국보다 항암약 용량이 적은 걸까?)


내일이면 두 번째 등 수술을 받은 지 한 달이 된다. 첫 번째 등 수술을 하고 한 달 뒤에는 너무 멀쩡해서 차로 4시간이나 걸리는 남티롤로 가족 휴가까지 는데. 한 번과 두 번은 하늘과 땅 차이인지 지금은 산책을 갈 때 빠르게 걷지 못한다. 그럼에도 수술한 등은 조금씩 회복 중이다. 등 전체가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불편함은 남아있지만 통증이 없으니  괜찮다. 엉덩이 마비도 조금씩 풀리는 중이다. 화장실을 혼자서 문제없이 다니고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다만 혈액 순환이 안 어서 엉덩이 부분이 차가운 게 신경쓰인다. 잊기 전에  가발 산 얘기도 해야겠다. 발 가게 발 처방전을 제출한 지 며칠 만에 건강보험으로부터 통보가 왔다. 무려 1,093유로를 보조받았다!(가발 가격은 1,200유로였다. 내가 지불한 돈은 152유로. 가발 샴푸/발삼/린스 세 통 가격 포함. 가발은 4주에 한 번 세탁하라고 한다.) 남편과 아이가 새 가발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기념으로 브런치에도 한 컷 남기기로 했다. 언젠가 이 순간을 웃으며 기억할 이 오겠지?



첫 번째 가발(왼쪽/2021.6) 두 번째 가발(가운데&오른쪽/2024.1). 두 번째 가발은 아래에 컬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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