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도 삼겹살이 있을까

음식도 글쓰기 레시피가 된다면

by 뮌헨의 마리


독일에서 삼겹살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독일 사람들은 삼겹을 어떻게 먹을까?

점심 때 삼겹살 세 줄(340g)


냉동고에 삼겹 세 줄이 꽁꽁 언 채 남아 있어 점심때 수육을 해보기로 했다. 날씨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삼겹은 해가 쨍쨍해야 먹을 맛이 나는데 어제부터 추적추적 비도 오고 아침엔 으슬으슬하기까지 했다.

8월의 마지막인 지난 주말에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졌다고 말했는데 화요일엔 마지막 늦더위인 양 기온이 27도까지 올랐다. 긴 팔을 입고 외출했다가 땀을 많이 흘렸다. 그 후로 계속 이 모양이다. 20도 아래. 다음 주엔 다시 25도 안팎까지 오를 예정이란다. 그러니 오늘 내 선택도 삼겹 대신 수육!

독일에서 삼겹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처음에는 삼겹의 존재에 놀라고 다음에는 가격에 놀랐다. 착하다. 예를 들면 오늘 내가 점심때 먹은 삼겹살 세 줄만 해도 341g에 2.72€(2유로 72센트/1kg에 7.99€)였다. 덩어리로 사도 비슷하다. 저녁에 남편에게 부탁해서 사 온 두 덩어리의 합계를 보니 964g에 7.23유로였다.


내가 궁금한 건 도대체 독일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삼겹을 먹을까? 남편이 좋아하는 건 바베큐로 구워 먹는 일인데 이건 남편이 삼겹의 맛을 제대로 알기 때문이다. 시댁에서는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다. 남편에게 물어보자 구글에서 검색한 그릴 메뉴를 들이댄다. 패스. 문학 동아리 회원들에게 톡을 하자 즉문즉설. 안 좋아하고 거의 안 먹는단다. 그래서 싸단다. 설문 결과마저 흐뭇하다.



나는 한 번도 수육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다. 서울에 사는 친구 하나가 대단한 수육 전문가라서 친구 집에서 여러 번 수육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 그런 훌륭한 수육을 먹다 보면 전의를 상실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도저히 흉내를 못 내는 것이다. 엄두가 안 나서. 음식은 자고로 만만해야 덤벼보게 되는데 이건 넘사벽. 얼마 전 김치를 담던 날 조카에게 들은 수육 레시피가 제일 간단해 보였다.


압력 냄비를 이용하면 맛도 좋고 시간도 절약된다는 말에 한 번 더 용기를 얻었다. 독일에 와서 짐이 늦게 오는 바람에 독일 창고에서 10년도 넘은 물건들 중에 기억도 안 나는 압력 냄비를 찾아냈다. 뭘 해도 그 냄비만 썼더니 사용법에도 익숙해졌다. 물을 넉넉하게 붓고 된장 한 스푼, 양파 1개, 생강 1쪽을 넣고 썬 삼겹이든 통삼겹이든 집어넣고 푹 삶았더니 잡내도 없이 맛있는 수육이 되었다. 마침 집에 마늘이 똑 떨어져서 안 넣었다. 넣었더라면 당연히 더 맛있었겠지.


오호, 별 거 아니었구나. 재료를 넣고 익힌다는 기본만 충실히 이행하면 되는 일이었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었다. 당장 언니에게 톡으로 레시피를 전수했다. 뭐, 압력 냄비가 없다고? 무슨 상관. 매일 밥은 해먹고 살 테니 압력 밥솥은 있겠지. 압력 냄비나 압력 밥솥이나 원리는 같지 않겠나. 밥 짓는 거나 고기 삶는 거나. 언니가 용감하게 시도해 볼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글쓰기에도 기본기가 있을까? 레시피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있다고 본다. 뭐든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냄새로 맡거나 마음으로 느끼거나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어떤 것이든 레이더에 걸리는 순간 딱 낚아채서 쓰기 시작하면 안 되나. 결론을 모른다? 어떻게 써나 갈지도 모른다? 다 괜찮다. 어차피 인생도 연습 아닌가. 누가 리허설 해 본 사람이 있다고. 글쓰기도 그럴 것이다. 쓰다 보면 어떤 글이든 완성된다. 살다 보면 인생이 완결되듯이.


저녁 때 삼겹 반 통(5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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