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브로 가는 먼 길

헤세 기행 2

by 뮌헨의 마리


뮌헨에서 기차 두 번, 시외버스 한 번. 최소 세 번은 갈아타야 헤세의 고향인 칼브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헤세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그제야 직감했다.


헤세 기행을 떠난 건 우연이었다. 유난히 더웠던 작년 유월에 어제 쓴 대로 헤세의 <데미안>을 독일어로 읽기 시작했는데 거기다 정여울 작가의 헤세 기행기까지 눈에 띄었다는 것. 인생은 우연의 산물이고 연속이라고 믿는다. 또 그래야 하고. 무슨 수로 이 모든 일정을 계획하고 조정한단 말인가. 책에서 작가가 일러준 대로 떠나면 될 것 같았다. 그게 믿는 구석이라면 구석이었다. 여행 일정을 짜고 숙소를 정하고 교통편을 알아보는 일은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 지지도 좋아 지지도 않았다. 내 여행 실력이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이유. 때마침 조카도 도와주었다. 아이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데다 여러 모로 믿을 만해서 1박 2일을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남편은? 영원한 내 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뮌헨-슈투트가르트-뵈블링겐 Böblingen 까지는 기차를 탔다. 프라하를 갈 때는 플릭스 버스로 갔는데 칼브는 시골 같은 작은 마을이라 플릭스 버스가 운행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여행 경로 중 버스든 기차든 가까운 대도시로 가서 다른 교통편으로 갈아타야 했다.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표를 끊으며 최종 목적지를 알려주고 교통편 연계 플랜을 출력해서 받았다. 대충 보기만 해도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뮌헨에서 기차 두 번, 시외버스 한 번. 최소 세 번은 갈아타야 헤세의 고향인 칼브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헤세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그제야 직감했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장벽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가방은 이미 쌌고, 큰소리치며 길도 나섰고, 내 손에는 1박 2일의 짧은 여행 티켓이 주어져 있는 것을.



뮌헨에서 슈투트가르트까지 가는 여정은 따로 설명해야겠다. 몇 시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몇 가지 나누고 싶은 풍경이 있어서. 슈투트가르트에서 뵈블링겐까지는 계획대로 기차를 탔고, 뵈블링겐-칼브 Calw까지도 역시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동안 구불구불 시골길을 달렸다. 시외 버스비는 착했다(편도 €5,65). 오후 늦게 뮌헨을 출발한 탓에, 거기다 평소 연착하기를 밥 먹듯 하는 독일 열차 덕분에 이후 연결 편마저 헝클어지는 바람에 저녁에 칼브의 작은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오후 4시 뮌헨을 출발 저녁 9시에 헤세의 고향 칼브 Calw에 도착한 것이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내가 감으로 예약한 호텔이 세상에나, 칼브의 헤세 다리 바로 건너편이었다면 믿겠는가. 그것도 달빛마저 빛나는 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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