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뮌헨의 마리 Mar 01. 2019

프레디 머큐리의 별자리

처녀자리를 알아보는 법(8.23~9.23)


처녀자리들은 번득이는 재치로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발산한다. 그들의 향기는 봄마다 돌아와 기억을 되살릴 것이다. 처녀자리는 사람들의 가슴에 흔적을 남기는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방법을 가지고 있기에.




3월의 첫날인 오늘 뮌헨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아이는 학교 파싱 행사를 위해 작년에 산 해적 코스튬을 싸들고 등교했다. 파싱 Fasching은 독일의 카니발. 독일은 다음 1주일 동안 파싱 방학에 들어간다. 이른 봄맞이 방학쯤으로 보면 되겠다. 안다. 이게 오늘 내가 쓰려는 글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없으면 또 어떤가. 나는 오늘 프레디에 대해 쓰려는 것이다. 그가 아직도 우리 도시에 머물고 있다고. 얼마나 놀라운가! 한국에선 벌써 넷플릭스로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조카 덕분에 나도 얼마 전에 <보헤미안 랩소디>를 다시 보았다. 한국 자막으로. 얼마나 속이 후련하던지!






처녀자리를 알아보는 법*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처녀자리를 찾아내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일단 그들은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다. 말수가 적고 혼자 조용히 있는 사람이 처녀자리다. 한쪽 구석에서 사전을 들고 서 있는 점잖고 매력적인 남성이 있다면 그 남성은 처녀자리일 것이다.

처녀자리는 대단히 성실하다. 의심할 여지없이 신뢰할 만한 사람. 일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을 때 처녀자리가 나서고 싶어 하는 것은 잘난 척하려는 것이 아니다. 질서 정연한 수성의 정신으로는 일을 지연시키거나, 세부 사항을 무시하거나, 또는 그 요점을 흐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기 때문.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처녀자리의 본성이기 때문.

처녀자리는 사랑에 빠졌을 때조차도 인생과 인간에 대한 환상이 거의 없다. 밝고 똑똑한 수성의 지배를 받기에 많은 처녀자리들은 번득이는 재치로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발산한다. 대개 부드러운 사람들이고 함께 있기에 즐거운 사람들. 그러나 감상의 지나친 분출, 먼지, 상스러움, 엉성함과 게으름은 싫어한다.

처녀자리의 진지해 보이는 태도 이면에는 히아신스가 상징하는 '순수한 생각과 목적'을 지닌 처녀가 매혹적인 기운을 풍기며 숨어 있다. 이 부활절 꽃의 향기를 맡아본 사람은 그 매력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그 향기는 봄마다 돌아와 기억을 되살릴 것이다. 처녀자리는 사람들의 가슴에 흔적을 남기는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방법을 가지고 있기에.







세 번의 만남으로는 부족한 인연이 있다. 세 으로 끝장을 보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 세 번이 뭔가. 무를 베듯 단 한 번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관계는 알다시피 얼마나 많은가. 프레디와는 그게 잘 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우리 도시에 머문 기간이 세 계절에 접어든다는 것. 지난가을과 겨울 그리고 바야흐로 춘삼월까지. 같은 장소에 오래 있다 보면 어떻게든 마주치게 된다. 자기장에 끌려서인지 그의 펄럭이는 외투 끝자락이나 쟈켓의 치켜세운 옷깃이라도 한 번 더 보게 될 테니.  


프레디와 처음 만난 건 이자 토어의 대형 스크린이 있는 영화관. 거기서 두어 번 마주쳤고, 프라우엔 호프 슈트라세 역 뒤편의 예술 영화관에서도 한두 번 눈도장을 찍었다. 그 후 다른 영화관으로 작정하고 얼굴을 보러 간 적도 있다. 사람이란 게 그렇다. 처음 볼 때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이다가 그의 영혼이 해파리 속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는 순간이 온다. 내게는 프레디가 그랬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고 해야 맞나.


또 다른 자아와의 만남은 기쁘고도 슬프다. 아님 반대인가. 뭐, 그렇다고 해서 프레디가 살아 있었다 한들, 만에 하나 그를 만났다 한들, 그가 그렇게 느낄 리야 만무하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인생에 그런 존재들 몇몇을 만났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문학 작품 속 인물처럼 혹은 스크린에서 만나는 사람처럼 내 것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고 뭐가 문제겠는가.


그의 흔적을 보기 위해 잔지바르나 몽퇴르까지 달려가진 않겠다. 요즘 탄자니아의 그의 생가가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고 하던데. 내겐 영화를 보기 전까지 잘 몰랐던 프레디를 만난 것만으로 충분. 이때 보석 같은 음악은 덤이다. 그건 그렇고, 봄이 오기 전 아이와 함께 머리를 잘랐다. 앞머리까지 자른 건 프레디를 향한 팬심이었음을 고백해야겠지. 그런데 요즘 뮌헨의 바람 때문에 정돈된 팬심을 가지런히 보여줄 수 없어 아쉽다. 그래도 괜찮다. 그의 별자리는 오늘도 밤하늘에서 빛나고, 유튜브는 그의 노래로 여전히 핫할 테니까. 


머큐리 동상 Foto by 네이버


*<당신의 별자리> 린다 굿맨, 북극곰





작가의 이전글 독일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