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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an 02. 2019

아듀 2018 할로 2019

율리아나 집에서 송년의 밤


2018년의 마지막 밤은 아이의 친구 율리아나네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2018년의 마지막 밤은 아이의 친구 율리아나네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내가 준비한 것은 김밥, 야채만두, 그리고 김치전. 물과 식초를 섞은 연한 간장에 찍어 먹었는데 율리아나가 제일 잘 먹었다.


율리아나 엄마 이사벨라는 캐슈너트과 야채를 볶은 음식을, 율리아나 파파 지미는 매운 야채 태국 커리를 준비했다. 며칠 전부터 코감기 기운이 있던 나는 맵디 매운 태국 커리와 매운 고추 양념이 반가웠다. 코가 뻥 뚫리는 매운맛. 이사벨라의 녹차 가루를 넣은 롤 카스테라는 독일 케이크인 쿠헨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 셋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은 자정의 카운터 다운과 함께 이자르 강가에서 시작되는 폭죽의 향연을 구경하는 허락을 얻었다. 문제는 밤 12시까지 깨어있기. 그날을 위해 내가 고른 애니메이션 영화는 <마놀로와 마법의 책>이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괴물이 된 투우에게 보내는 마놀로의 사죄의 노래. 이름하여 apology song. 그 노래를 처음 듣던 날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지. 너무 아름다워서.


불꽃놀이 보는 게 지겹다는 이사벨라와 감기 기운이 있던 나는 집안에 남아 창가에서 구경하기로 하고 파파 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지 15분 만에 돌아온 이유는 폭죽 연기 때문에 숨 막혀서라나.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보고 집에 온 건 새벽 1시. 독일의 첫 연말을 연말답게 보내고 걸어오는 한밤중의 날씨는 얼마나 온화하던지. 굿바이 2018!








2019년 새해 첫날의 세 가지 일. 멀리서 온 분의 가족을 집으로 초대했다. 독일은 12/31일 오후부터 1/1일까지 모든 숍이 문을 닫는다. 심지어 웬만해서는 문을 닫는 법이 없는 동네 빵집들까지. 조카가 중앙역까지 가서 빵을 공수해 오고 남편이 문을 연 카페를 찾아 커피를 사 왔다. 집에 우유가 떨어져서. 조카 말에 의하면 중앙역 빵가게에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더라고. 브런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먼 곳에서 들고 온 묵직한 선물 박스 두 개.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연말에 내내 아프셨다는 선생님께 징징거렸다. 내년에는 한번 들어 갈게요. 한쪽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한쪽은 잠긴 목소리로 시작했으나 속 시원한 심사가 오가는 사이 폰을 사이에 두고 양쪽 다 목소리와 몸에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가끔 통화해야 하는 이유다. 아침에 호주에서 소식을 전해 온 친구에겐 답을 제대로 못했다. 새해 첫날부터 미안한 마음.


저녁에 바바라의 저녁 초대를 깜빡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남편의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갔다. 독일에서 약속 시간에 늦는 건 큰 실례지만 바바라도 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직전에 약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는 주로 내가 아니라 바바라. 나는 언제나 오케이다. 예쁜 등이 많은 바바라의 집. 튜나 파스타를 먹고 영화까지 한 편 보고 돌아오는 저녁. 바바라가 차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2019년도의 새해 첫날을 무탈하게 보냈다. 어서 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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