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마지막 밤은 아이의 친구 율리아나네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내가 준비한 것은 김밥, 야채만두, 그리고 김치전. 물과 식초를 섞은 연한 간장에 찍어 먹었는데 율리아나가 제일 잘 먹었다.
율리아나 엄마 이사벨라는 캐슈너트과 야채를 볶은 음식을, 율리아나 파파 지미는 매운 야채 태국 커리를 준비했다. 며칠 전부터 코감기 기운이 있던 나는 맵디 매운 태국 커리와 매운 고추 양념이 반가웠다. 코가 뻥 뚫리는 매운맛. 이사벨라의 녹차 가루를 넣은 롤 카스테라는 독일 케이크인 쿠헨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가족 셋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은 자정의 카운터 다운과 함께 이자르 강가에서 시작되는 폭죽의 향연을 구경하는 허락을 얻었다. 문제는 밤 12시까지 깨어있기. 그날을 위해 내가 고른 애니메이션 영화는 <마놀로와 마법의 책>이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괴물이 된 투우에게 보내는 마놀로의 사죄의 노래. 이름하여 apology song. 그 노래를 처음 듣던 날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지. 너무 아름다워서.
불꽃놀이 보는 게 지겹다는 이사벨라와 감기 기운이 있던 나는 집안에 남아 창가에서 구경하기로 하고 파파 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지 15분 만에 돌아온 이유는 폭죽 연기 때문에 숨 막혀서라나. 애니메이션을 끝까지 보고 집에 온 건 새벽 1시. 독일의 첫 연말을 연말답게 보내고 걸어오는 한밤중의 날씨는 얼마나 온화하던지. 굿바이 2018!
2019년 새해 첫날의 세 가지 일. 멀리서 온 분의 가족을 집으로 초대했다. 독일은 12/31일 오후부터 1/1일까지 모든 숍이 문을 닫는다. 심지어 웬만해서는 문을 닫는 법이 없는 동네 빵집들까지. 조카가 중앙역까지 가서 빵을 공수해 오고 남편이 문을 연 카페를 찾아 커피를 사 왔다. 집에 우유가 떨어져서. 조카 말에 의하면 중앙역 빵가게에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더라고. 브런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먼 곳에서 들고 온 묵직한 선물 박스 두 개.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연말에 내내 아프셨다는 선생님께 징징거렸다. 내년에는 한번 들어 갈게요. 한쪽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한쪽은 잠긴 목소리로 시작했으나 속 시원한 심사가 오가는 사이 폰을 사이에 두고 양쪽 다 목소리와 몸에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가끔 통화해야 하는 이유다. 아침에 호주에서 소식을 전해 온 친구에겐 답을 제대로 못했다. 새해 첫날부터 미안한 마음.
저녁에 바바라의 저녁 초대를 깜빡했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남편의 전화를 받고 달려 나갔다. 독일에서 약속 시간에 늦는 건 큰 실례지만 바바라도 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직전에 약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우는 주로 내가 아니라 바바라. 나는 언제나 오케이다. 예쁜 등이 많은 바바라의 집. 튜나 파스타를 먹고 영화까지 한 편 보고 돌아오는 저녁. 바바라가 차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2019년도의 새해 첫날을 무탈하게 보냈다. 어서 와,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