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의 거리들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중에서

by 뮌헨의 마리


리스본에서 만난 페소아의 문장들을 옮긴다. 어떤 감상도 군더더기가 될 것 같아 그 거리에서 찍은 사진으로 할 말을 대신한다. 책 속의 소아르스가 매일 출근했던 도라도레스 거리와 저녁의 산책로였던 알판데가 거리를 나도 지났다. 그때는 몰랐지만. 언젠가 그 길들을 다시 걸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안녕! 내게는 리스본이 아닌 페소아의 거리들아.




"만일 세계가 내 손안에 있다면, 분명 도라도레스 거리로 데려가는 티켓 한 장과 그 세계를 바꿀 것이다."



여름날 긴긴 도심의 고요를, 특히 하루의 가장 북적이는 시간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고요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사랑한다. 아르세날 거리와 알판데가 거리, 알판데가 거리가 끝나는 곳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슬픈 거리들, 조용한 선창가를 따라 이어진 길, 저녁때 그 적적한 거리들을 걷노라면 그것들이 자아내는 슬픔이 나를 위로한다.


밤이 올 때까지 이 거리를 걷고 있자니 내 인생이 이 거리의 삶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낮에는 아무 의미 없이 북적이고 밤에는 북적임이 철저히 부재한데, 이 또한 아무 의미 없다. 나는 낮에는 아무것도 아니고, 밤에는 나 자신이다. 나와 알판데가 거리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영혼에 미소를 띠고 도라도레스 거리와 이 사무실, 이 사람들 사이에 한정된 인생을 고요히 받아들인다. 먹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고 잘 곳이 있고 꿈꾸고 글을 쓸 약간의 시간이 있는데 무엇을 더 '신'에게 요구하며 '운명'에게 바라겠는가?

이따금 이 도라도레스 거리를 결코 떠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거리가 영원처럼 느껴진다.


만일 세계가 내 손안에 있다면, 분명 도라도레스 거리로 데려가는 티켓 한 장과 그 세계를 바꿀 것이다.



인생에서 내가 원했던 것은 너무나 적었건만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줄기 햇살, 가까운 들판, 한 줌의 평온과 한쪽의 빵,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기, 다른 이들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다른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기.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거부당했다.

결국 내가 원한 것들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내 안의 모든 것은 항상 다른 무엇이 되려 한다. 영혼은 칭얼거리는 어린아이를 못 견디듯 스스로를 못 견디고, 불안은 점점 커지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원하진 않았지만 내가 타고난 감수성의 혼란스러운 밑바닥에 있는 것들의 총체가 바로 나라는 존재다.


이제야 깨닫거니와 때로는 행복했고 때로는 만족스러웠던 모든 순간마다 나는 항상 슬펐다. 이 사실을 깨달은 나의 일부는 지금 내 뒤에 서 있다.


"나의 크기는 내가 보는 것들의 크기!" 정신의 소유란 얼마나 광대한가. 내 영혼 전체가 된 그 문장을 나의 모든 감정을 기댈 의지처로 삼는다.



독서로 자유를 얻는다. 독서로 객관성을 획득한다. 나는 내가 되기를 멈추고,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존재가 되기를 그만둔다.

퇴위하는 왕처럼 나는 읽는다. 왕관과 망토는 떠나는 왕이 땅에 내려놓는 순간에 가장 존엄해지는 법이니, 나의 모든 권태와 몽상의 트로피를 모자이크 타일 바닥에 내려놓고, 본다는 행위의 고귀함만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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