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알바를 하기로 했다

한국슈퍼 1

by 뮌헨의 마리


뮌헨에서 알바를 해 보기로 했다. 덕분에 글쓰기에 약간의 긴장감과 매일 두 시간의 활력과 확실한 마감 시간이 보태지겠다.



뮌헨에서 알바를 해 보기로 했다. 제일 큰 이유는 놀고먹는 게 미안해서. 20대에 10년 남짓 일한 게 내 커리어의 전부다. 그 후로 지금까지 놀고 있다. 참 미안한 일이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도. 자기 말마따나 매일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에게도. 시댁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왜 일을 안 하나. 독일에 와서 1년 정도 있으면서 계속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주변에 노는 엄마가 거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독일은 누구를 만나도 뭘 하느냐고 묻는다. 글을 쓴다고 하면 블로그 정도로 생각하고 일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한 마디로 돈이 안 되면 일이 아닌 것이다. 책을 출간한 것도 아니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아무튼 노는 것도 스트레스라는 뜻이다. 그래서 알바를 하기로 했다. 독일에서 미니쟙 Mini job이라고 부르는 파트타임이다.


미니쟙은 수입이 최대 450유로를 넘길 수 없다. 현재 독일의 최저 시급은 시간당 9유로 남짓이다. 당연히 거기서 세금도 떼겠지. 하루 2시간 반에 해당한다. 나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놀면 뭐 하나. 시간도 보내고, 몸도 움직이고, 사람도 만나고, 거기다 돈까지 버니 일석사조다. 갱년기 때는 바쁜 게 최고 아닌가. 일이든 운동이든 취미 생활이든 바빠야 잠도 잘 오고, 쓸데없는 생각도 적어지고, 우울할 틈도 없을 테니까.



폼 나는 알바는 구해질 리 없다. 당연히 구할 생각도 안 했다. 일단 독일어 실력이 안 되고, 둘째 나이도 많다. 자주 들르는 한국 식료품 가게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뮌헨에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유학생들이 많다는 걸 감안하면 이 역시 고마운 일이다. 집과 아이 학교와 동선도 괜찮다. 이번 주부터 시범 근무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당장 하겠다고 답했다.


어떤 일이든 첫발을 내딛기가 어려운 법이다. 옛날에는 어떤 일이냐가 중요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작은 기회도 소중히.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일을 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세월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시댁에는 말씀드리지 않았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아서. 시범 근무가 아니라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 말씀드려야지.


덕분에 글쓰기에 약간의 긴장감과 매일 두 시간의 활력과 확실한 마감 시간이 보태지겠다. 글은 당연히 계속 쓴다. 과외샘 린다도 기뻐하며 공부를 오전 시간으로 변경해 주었다. 무엇보다 율리아나 할머니가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남편은 내가 뭘 하든 반대하지 않는다. 인생의 모토가 도전인 사람이라서. 2시간짜리 알바가 무슨 도전이냐고? 도전까지는 아니라 해도 일상의 변화는 맞다.



옛날에 우리 엄마는 옷 만드는 공장에서 육십까지 일했다. 어쩌다가 그랬는지는 몰라도 언니와 내가 한겨울에 엄마가 일하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글쎄, 부끄러웠느냐고?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 엄마가 저렇게 열심히 사시는구나. 그때도 지금도 그런 생각만 들었다. 아마도 늘 일하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던 엄마의 긍정적인 생활 태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 당연히 호불호도 있고, 선망하는 직업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그걸 누가 모르나?


다만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어떤 일이 되었든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즐거운 낯빛과 고마운 마음으로. 지각은 절대 안 하고. 일에 대한 태도가 바로 일의 귀천을 규정한다고 말이다. 누가 귀하다 하고 누가 천하다 했나. 바로 나 자신이 정한다.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 청소부도 성자가 될 수 있는지 한번 봐야겠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26살부터 청소일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건 주말에 누군가 링크해준 기사를 보고 알았다. 김예지. 그녀의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 (21세기북스). 예전엔 그녀도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간에 평범한 노동자라고 생각한다고.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할 뿐. 내 생각도 그렇다. 평범한 노동자. 신성한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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