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첫 봉급으로 뭘 하지?

한국슈퍼 2

by 뮌헨의 마리


첫 봉급으로 아이 책상을 샀다. 일명 제크레테아 Sekretär. 독일어로 비서란 뜻인데, 이것이 이 예쁜 앤티크 가구의 명칭이 된 유래가 궁금하다.



알바 첫 봉급을 탔다. 큰 액수는 아니다. 총 40시간 중 가게 사정으로 하루를 쉬었으니 38시간을 일했다. 하루 8시간 근무로 치면 고작 5일분. 사실 알바라 부르기도 부끄럽다. 그래도 경제 활동을 접고 산 세월이 오래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하루 4시간 근무. 우리 집 거리 모퉁이 유기농 가게에서 오후 2시간 알바를 구한다기에 문의할까 했더니 아이가 충고하길 갑자기 그러면 안 된단다. 일도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고. 안 그러면 병난다고.


그 또한 사실이다. 나의 일상은 작년에 비하면 두세 배로 바빠졌다. 1년 동안 글쓰기 습관을 몸에 익히느라 독일어 공부를 미뤘었는데 그런다고 미룬 일들이 저절로 해결되거나 없어지지는 않는다. 어제는 독일어 공부를 마치고 린다가 물었다. 내 독일어가 좋아졌다고 스스로도 느끼는지. 솔직히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고. 언어란 게 몇 달 공부한다고 수직 상승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겨우 두 달. 언제 게으름 신이 강림할지 알 수 없는 일. 자나 깨나 방심은 금물이다.


1주일에 한 번인 독일어 공부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거기에 매일 두 시간의 알바를 끼워 넣자 시간의 물살빨라졌다. 일하는 시간은 2시간이지만 1시간 전부터 외출 준비 모드. 알바 후 제공되는 점심을 먹고 운동을 겸해서 아이 학교 근처로 걸어오는데 1시간. 총 4시간 정도를 소요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엿가락처럼 늘어지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다. 모든 것은 한 때다. 좋은 날도 흐린 날도. 지금이 흐리다는 뜻은 아니고.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도 행복의 한 요소란 것을 말하고 싶을 뿐.


첫 봉급으로 아이 책상을 샀다. 일명 제크레테아 Sekretär. 독일어로 비서란 뜻인데, 이것이 이 예쁜 앤티크 가구의 명칭이 된 유래가 궁금하다. 받침대를 닫으면 삼단이나 사단 서랍장이 되고, 받침대를 내리면 책상이 되는 가구. 이것을 처음 본 것은 바바라 집이었는데, 오래전 새어머니가 시아버지의 일 때문에 뉴욕에 사실 때 구입하신 것. 수년 전 아파트로 이사하시며 가구를 정리할 때 바바라에게 넘어왔다. 아무튼 아이도 나도 바바라의 제크레테아가 마음에 쏙 들었었는데 얼마 전 중고 가게에서 바바라 것보다 작은 제크레테아를 발견한 것이다.


그 가구를 처음 본 날 받침대를 내리고 의자를 가져다가 앉아보았다. 높이와 넓이까지 모든 품이 딱 맞았다. 이런 멋진 일이 있나. 여기에 앉아 글을 써야지! 아이를 불러서 조심스레 엄마의 의중을 전하자 아이 왈, 한 마디로 그건 자기 물건이란다. 아니, 어째서? 자기가 전부터 본인 책상으로 찜해둔 거라나. 거기서 학교 숙제와 시험공부를 하고 싶단다. 자식이 뭔지, 아이의 큰 포부를 듣자 엄마의 꿈은 단번에 접어지는 건 또 뭔가. 그래, 엄마에겐 멋진 부엌 식탁이 있잖아!


작년부터 시어머니께서 애들한테는 자기 책상이 있어야 한다던 말씀도 구매를 거들었다. 아이 앞에서 무능한 엄마가 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가격 흥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남편과 바바라는 물론 시어머니도 우리가 산 제크레테아를 마음에 들어하셨다. 아이는 가구를 옮겨온 첫날부터 거기 앉아 숙제를 하고 공부도 하고 라디오도 들었다. 드디어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책상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아이에게 자기만의 세계가 생긴 것과 맞먹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세계를 살짝 엿보게 될 즐거움으로 엄마의 가슴은 벌써부터 설레는 중.


바바라의 4단 서랍형 제크레테아(왼쪽) 신제품 광고(오른쪽)


P.s. 가격이 궁금하신 분도 있겠다. (내가 산 중고 책상은 240유로.) 시립도서관에서 잡지를 보다가 제크레테아 책상 Schreibsekretär 광고를 보았는데 클래식에 모던함을 강조한 제품이었다. 받침판에 이중 용도를 가미한 것. 특이한 점은 두꺼운 받침판의 뚜껑을 열면 노트북을 소장할 수 있고, 수납장과 서랍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새 제품은 2490~2739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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