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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버스나 트람 운전기사 되기는 쉬울까

이사벨라에게 물었다

by 뮌헨의 마리


독일에서 버스나 트람 운전기사 되기는 쉬운가 어려운가. 이사벨라가 한 마디로 말했다. 절대로 안 쉬워! 그것도 다 독일어 때문이라고 했다.


뮌헨의 버스. 2량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사벨라에게 물어보았다. 독일에서 버스나 트람 운전기사 되기는 쉬운가 어려운가. 그녀의 남편 지미가 그 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이다. 이사벨라가 한 마디로 말했다. 절대로 안 쉬워! 왜 안 쉬울까. 그것도 다 독일어 때문이라고 했다. 신기하다. 운전기사가 운전만 하면 되지 웬 독일어? 그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독일의 직업 교육 과정을 부르는 말을 아우스 빌둥 Ausbilung이라고 한다. 직종에 따라 교육 이수 기간이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사벨라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지미의 경우 3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지미가 응모했던 작년에는 트람 운전사는 뽑지 않았고, 버스나 우반 지하철 기사만 뽑았는데 총 14명의 응모자 중 최종 합격자는 단 두 명이었다 한다.


외국인 응모자에게는 필기시험이 특히 어려운 모양이었다. 교통수단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세부적인 용어와 기능까지 알아야 한단다. 자가용 운전과는 다른 모양이다. 자가 운전자 중에 차의 앞 뒤쪽 덮개인 보닛을 열어보거나 그 속에 어떤 부속품이 들어있는지 또 그들의 명칭과 기능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런 것을 몰라도 차를 운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독일에서 버스나 트람 운전기사가 되려면 요구하는 조건이 꽤 까다로운 모양이었다.


더 큰 문제는 교통 법규나 신호등을 어겼거나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정황을 서면으로 작성하는 문제라고 한다. 외국인의 경우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미묘한 표현 차이로 자신을 보호하는 데도 애로가 있을 수 있단다. 지미도 일상 독일어가 그리 나쁘지 않았는 데도 이런 시험을 커버하기엔 무리였던 모양이다. 그가 말하길 필기시험이 무척 어려웠단다. 특히 서면으로 기술하기. 어떤 시험 문제인지 설명하는 지미의 말 자체가 이해불가였다고.

뮌헨의 트람. 3량 혹은 4량. 지붕 위의 줄과 함께 달린다.


갑자기 왜 운전을? 설마 내가? 그건 아니고. 알바를 하다 알게 된 20대 친구가 뮌헨에서 버스나 트람 운전사가 되고 싶다고 해서다. 그 친구는 여자다. 뮌헨에서 가끔 여자 버스 운전자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촌스럽게 어쩔 수가 없다. 그 친구 얘기를 들을 때도 그랬다. 운전을 좋아해서 그 직업을 갖고 싶다는 말 자체가 얼마나 멋지던지!


다만 염려가 되는 것은 이사벨라도 내 남편도 외국인이 응모하기에 쉬운 직종은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갖다 붙인 코멘트였다. 그러면 또 어떤가? 어려운 줄 알면서도 도전해 보는 것. 실패는 젊음의 특권 아닌가. 좀 식상한 말 같긴 하지만. 노력 후에 얻는 실패는 실패가 아닐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한 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길이 열리는 법이니까. 뮌헨의 버스 운전사 대신 태국 대사관의 운전기사가 된 지미처럼.


중요한 건 젊음에게 실패할 권리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것. 10대나 20대에 스스로 부딪혀 보고 실패를 겪어보지 못해서 30대가 되어도 심지어 그 이후에도 방황하는 인생이 꽤 있지 않나. 나와 우리 언니도 그랬다. 뭐, 그래서 30대에는 각자 원하는 대로 살았지만. 당연히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다. 대차대조표는 받지 못했다. 아직 인생이 다 끝난 게 아니라서. 안정적인 직장을 걷어차고 멋대로 산 것을 지금까지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시기에 하는 말이다.


독일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들까. 대략 2개월에 3000유로가 든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400만 원 정도. 거기다 필기시험이 예사롭지 않다고. 어렵다는 뜻이다. 트람 운전면허는 그보다 10배는 비싸다고. 직업교육을 받으면 비용이 지원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사벨라 말로는 운전기사의 대우도 생각보다 좋다고. 지미에게 들은 바로는 무료 대중교통 카드는 본인과 자녀들 그리고 배우자에게는 50% 할인 카드를 준단다. 아무튼 놀랍다. 뮌헨의 버스나 트람 운전기사를 꿈꾸는 사람이 이다지도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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