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달 시행하는 어린이 퀴즈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도 동네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둘째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알리시아. 셋째줄 왼쪽 첫 번째가 니엔.
매주 화요일 오후 아이와 도서관에 간다. 그날은 오후 3시에 학교를 마치기 때문이다. 다른 날보다 1시간이 빠른 하교다. 1학년 니엔도 매일 3시에 집으로 가기에 1주일에 한번 둘이 시간 맞추기도 좋고, 우리 집에서는 지하철로 한 코스이니 접근성도 좋다. 도서관 입구가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도 동네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가 이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매달 시행하는 어린이 퀴즈 때문이다. 정답을 꼭 맞혀야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아이는 두 번 응모해서 두 번 다 뽑혔는데, 2월의 당첨자 명단을 보니 1월에 응모한 어린이 전부에게 상을 주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그 수가 많았다. 발표자 명단에 붙은 아이들은 총 18명.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몇 가지 질문과 주제에 맞는 그림을 그리게 한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행위 자체를 독려하고 상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는 새해에 퀴즈상으로 선물을 두 가지나 받았다. 보통은 하나만 받는데 담당자가 하나 더 고르라고 했단다. 아이는 책과 핑크색 비닐 손가방을 골랐다. 손가방 안에 세트로 작은 지갑까지 들어 있어 한꺼번에 세 가지 선물이나 받았다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이들이란. 아무것도 아닌데 '선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리 기뻐하다니. 참고로 독일의 어린이, 청소년 책과 영화에는 말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 도시 근교에 말 농장이 많아 쉽게 말을 탈 수 있는 환경 덕분인 듯하다.
아이가 1월 퀴즈상으로 받은 책과 손가방(위). 아이들이 직접 고른다. 2월의 퀴즈는 카니발이었다(아래 왼쪽). 율리아나 엄마가 만든 율리아나의 파싱 코스튬(아래 오른쪽).
2월의 퀴즈는 카니발이었다. 독일의 카니발은 파싱 Fasching이라고 부른다. 보통 2월인데 올해는 좀 늦은 3/5(화). 3월 첫째 주인 파싱 방학은 1주일이다. 아이는 작년에 산 해적 코스튬을 한번 더 입어주시겠단다. 고맙기도 해라! 대신 앵무새가 필요하다나?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의 파싱 코스튬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율리아나 엄마가 그랬다. 예사 솜씨가 아니었다. 파싱 때 아이는 스키도 타러 간다. 우리 반 학부모들이 스키 학교와 연계해 참석자를 모집했다. 3박 4일. 제법 길다. 다행히 율리아나도 참가한다고 둘이서 좋아했다. 아이는 중급반. 율리아나는 초급반. 참가비는 320유로 정도.
선물을 세 개나 받던 날 아이가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돈을 벌어? 맞다. 매달 저렇게 선물을 받으면 1년이면 얼마인가. 아이가 궁금하게 여길 만하다. 선물 받는 아이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도서관은 어떻게 돈을 벌까? 도서관은 책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벌고, 아이들의 꿈과 미래에 투자하고, 오래 기다릴 줄 안다. 도서관은 지루함과 무료함과 컴퓨터 게임과 TV와 비디오와 각종 중독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주고, 현실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숨은 그림 찾듯 출구가 있는 퍼즐을 선물한다.
이 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부족하다는 것. 도서관이 숙제나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는 반증일까. 독일 아이들은 방과 후에 숙제 시간이 있어 집으로 숙제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드물다. 이때 방과 후 교사가 아이들을 돕는다. 도서관에는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 책을 읽는 아이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부모들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초등생들은 방과 후면 대부분 집으로 귀가하고, 도서관에 오더라도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 6시 정도면 저녁을 먹고 8시에 자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도서 대여 기간은 한 달이다. 한 회당 대여 가능 권수는 20권. 2회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고 매회 연장 기간은 2주. 보드 게임/DVD/CD의 대여 기간은 2주. 연장이 가능하다. 도서관 운영 시간은 화~금요일까지 오전 10시~저녁 7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3시.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3/5(화) 카니발 휴무 안내(아래 가운데). 현관 입구의 책 반납기(아래 왼쪽), 현관 안의 도서 연장 및 대여기(아래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