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동네 슈퍼 앞길에서 가로등이 길 한가운데에 달려 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이라니!
우리 동네 가로등들. 공중전화(아래 왼쪽) 시티 자전거(아래 오른쪽)
뮌헨의 지하철 우반역에서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길이다. 헬레나 빵집 오른쪽 길. 약국 아포테케를 중심으로 왼쪽 길. 오른쪽은 에데카 Edeka라는 슈퍼마켓과 유기농 가게가 있다. 어느 날 슈퍼 앞길에서 가로등이 길 한가운데에 달려 있는 걸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이라니! 트람이 아닌 가로등이 말이다. 그것도 1년 내내 지나다니면서 못 봤다는 게 말이 되는가. 독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스등 모양의 가로등도 예쁘다.
우리 동네에는 요즘 독일에서도 보기 힘든 공중전화 부스가 있는데 지난 1년간 그 부스를 이용하는 사람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그때의 기분이 뭐랄까 묘했다. 그 풍경이 일상이던 시절이 언제였더라. 하도 오래전이라 비현실적으로 보였는지 모르겠다. 길을 걷다 보면 빨간 글씨로 DB라는 로고가 쓰인 자전거도 자주 볼 수 있다. 무료 대여가 가능한 시티 자전거. 지정 장소라면 어디든 주차가 가능하다. 직접 사용을 해보지 않아 자세한 이용법은 잘 모르겠지만.
주차 티켓 발매기의 측면과 정면 모습. 어디에나 있다. 우리 동네는 시간당 1유로.
우리 동네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서 지하 주차장을 갖춘 건물이 드물고 주차난도 심각하다. 주차를 위해서는 집에서 반경 500m를 무한 반복 돌아야 할 때가 많다. 칠순 중반에 자가운전을 하시는 형부의 외숙모님 탄테 헬가는 집 앞 지하 주차장 한 칸을 사서 주차 문제를 해결하셨단다. 참고로 우리 집 건물은 올해 100년. 골목 앞 건물은 100년이 넘었다.
독일에서거리마다 골목마다 흔히 볼 수 있는 건 푸른색 바탕에 흰색으로 적힌 P자. 간편한 무인 주차 티켓 발매기다. 거주 스티커가 없는 차는 반드시 이 발매기에서 주차 티켓을 사서 운전석 앞쪽에 그것도 밖에서 잘 보이도록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밤낮없이 단속하는 주차 요원들에게 딱지를 떼이기 십상. 불법 주차 딱지는 15유로 정도다. 바바라도 우리 집 앞에 그냥 댔다가 몇 번인가 딱지를 떼였다.
주차 티켓 적용 시간은 월-토까지 오전 9시-밤 11다. 재미있는 것은 매 12분 간격으로 20 센트씩 계산한다는 것. 그렇게 해서 1시간에 1유로다. 잠시 주차가 필요한 사람에게 요긴하겠다. 종일 주차는 최대 6유로. 전기차가 충전을 위해 정차 시 2시간은 무료. 10,20,50센트와 1유로, 2유로 동전만 사용 가능. 현금이나 잔돈이 없을 경우 핸드폰으로도 주차 신청이 가능하다고 표기되어 있다.
무인 신문 가판대. 파란색은 쥐드 도이체 짜이퉁.
우리 집 앞에는 빨간색 무인 신문 가판대도 있다. 동전을 넣고 셀프로 신문을 직접 가져간다. 동전을 넣어야 물건이 나오는 신문은 한 종류뿐이다. 쥐드 도이체 짜이퉁.다른 세 종류는 동전을 넣는 곳은 따로 있고, 뚜껑을 열고 신문을 가져가면 그만이다. 양심 자율 판매대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명망 있는 일간지 쥐드 도이체 짜이퉁은 가격도 다른 신문의 세 배다(월-금 3유로/금 3.30유로/토 3.70유로). 다른 빨간 신문들은 평일 1유로, 주말 1.20유로 정도.
독일은 신문 구독자가 꽤 있는 듯하다. 이들 독자들은 대부분 우리 부모님 세대다. 매일 일간지 구독과 TV 뉴스 시청 덕분인지 국내외의 정세에도 밝고 관심도 많다.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그날의 신문이 꼭 비치되어 있고,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노인분들이 의외로 많다. 남편의 시어머니와 새어머니의 하루 일과도 꼼꼼한 일간지 읽기로 시작해서 저녁 뉴스 시청으로 끝난다.종이 신문이 거의 사라져 가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독일의 일상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