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감과 낙관주의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생각에 행복한 유년시절이 답이 아닐까 싶다.
"엄마! 나 이번 종교 시험도 망쳤어! 노테(Note:점수) 4 받을 거 같아! 그리고 음악은 더 나빠. 아마도 6?"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풀 죽은 목소리로 한국말로 속삭였다. 율리아나도 옆에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도 점수가 4? 공부 안 하고도 3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머리가 나쁠 리가? 일단 심호흡부터 했으나 머릿속은 복잡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점수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겠노라 아이에게 큰소리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거기다 음악은 6? 화가 머리 끝까지 나려는 걸 참았다. 말이나 되는 소린가. 엄마가 공부하라 잔소리할 때는 시험이 수요일이 아니고 금요일이 될 거 같다며 뺀질거려 놓고서! 시험일은 예상대로 수요일이었고, 내가 집어준 문제인 세 명의 음악가, 모차르트와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비발디의 이름과 그들의 작품명도 비껴갔다. 시험은 나와 아이의 예상을 깨고 비발디의 사계 내용에 관해서였다.
"아프릴, 아프릴!!! April, April!!"
엄마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아이가 율리아나와 눈빛을 교환하더니 짓궂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날은 4.1일 만우절이었다. 독일에서 만우절 경험이 없는 나는 깜쪽같이 속고 말았다. 작년에도 모르고 지나갔다. 세상에! 만우절을 '4월'이라고 하는 줄 어떻게 알았겠나. 기회가 되면 거짓말에도 수위가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낮 동안에는 최대한의 리액션으로 아이들의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종교 과목에서) 1 받으면 죽는다! 머리가 터진다!!"
음악 시험 결과는 이번 주에 받을 것이다. 본인은 2 정도로 낙관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깜짝 독일어 시험도 쳤다는데 자기 말로는 엄청 잘 쳤단다. 오늘 아침에도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며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오늘 도이치 노테 1(독일어 최고 점수) 받는 거 아닐까?"
주말에는 노테 1 받으면 무슨 선물을 주냐고 벌써부터 협상에 들어왔다. 저 자신감과 낙관주의는 어디서 오는 걸까? 내 생각에 행복한 유년시절이 답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지 못해서 뒤늦게 아이를 낳은 후 마흔 중반에야 내가 본래 가지고 태어난 자신감을 회복했는데.
그나저나 아이 반의 크리스털이 부활절 방학 후 다른 학교로 갈지도 모른다고 아이가 말했다. 크리스털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삼촌 숙모랑 살다가 새로 간 쉼터 생활이 어떤지 물어볼 수가 없어서 크리스털의 모습을 보며 짐작할 밖에. 겉으로 보기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활기는 줄었다. 타인인 내가 그 아이의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 크리스털의 인생이 반짝반짝 빛날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폭풍 같은 청소년기와 아슬아슬한 유년의 다리부터 무탈하게 건너왔으면 좋겠다. 나처럼 그리고 나의 독일어 샘 린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