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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May 14. 2019

함께 하면 강하다

시어머니가 말했다


어제는 병실에 친딸이 가져다 놓은 꽃병이 있더니 오늘은 초콜릿 상자가 나와 있었다. 초콜릿을 좋아하시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딸의 선물.



어제는 몸살기가 있었다. 일요일에 쉬었는데도 그랬다. 날씨도 한몫했다. 5월 날씨가 왜 이리 춥나. 일요일엔 비가 내렸고, 어머니 날 기념으로 뮌헨에서 새어머니와 점심 식사를 하려던 계획도 연기했다. 새어머니 역시 감기 기운 때문에  오는 축축한 날에 외출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남편도, 토요일 시어머니의 재활 크리닉 방문에 이어 일요일엔 쉬고 싶다던 바바라도 이 변경을 좋아했다. 나 역시 반가웠다.


일요일 저녁부터 몸이 으슬으슬 기는 했다. 월요일 아침 아버지 병원으로 가는 길도  그리 추운지. 어떻게 병원을 다녀오고 알바까지 는지 모르겠다. 빨리 집에 가서 난방 매트 온도를 최대한 올리고 눕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알바를 마치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오자마자 누웠다. 저녁 무렵 일어나 뜨거운 차를 마시고 다시 누웠다. 남편에게 아이와 알아서 저녁을 먹으라 니 괜찮단다. 아이가 소꿉놀이 에 레몬 물을 넣어서 가져다 주었다.


아프면 안 돼! 지금 아프면 어쩐단 말인가. 아버지가 병원 이후에 가실 곳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언제까지 병원에 계실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퇴실을 요구한 건 지난 주였다. 문제는 요양원으로 모시기에는 아버지의 등급이 너무 낮다는 것. 올 3월 아버지의 자택을 방문한 요양 담당자는 제일 낮은 등급을 주었다. 대답 잘하시고 혼자서 화장실 출입도 가능했으니 당연한 결과. 문제는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어디든 요양 보호소에 가셔야 하는데 낮은 등급이라 찾기가 어려웠다. 그것이 어머니와 가족들의 걱정이었다.



다행히 오늘 아침 요양 담당자가 병실에 들러 아버지를 위한 재활 클리닉을 찾았다고 했다. 뮌헨이나 부근이길 바랐는데 무척 멀었다. 뮌헨에서 차로  2시간. 기차로 가려면 몇 번을 갈아타고도 3~4시간이 걸렸다. 뮌헨의 동쪽 파사우 부근이었다. 아버지는 실망하신 듯했다. 어머니와 같은 재활 클리닉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덧붙이셨다. '맙소사!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부헨벡일 뿐인데..' 1주일 전만 해도 혼자서 요구르트를 떠서 드시던 분이 어제오늘은 그것도 못하셨다.


어머니께 소식을 전하니 기뻐하셨다. 재활 클리닉 입실은 다음 주 월요일. 거기서 3주간 머무르실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께 뮌헨에서 너무 멀어서 실망이라고 했더니 괜찮으니 염려 말라하셨다. 어머니께서 퇴원하시는 대로 아버지께 가시면 된다고. 거기까지 가는 것만 도와달라고. 두 분이 함께 있는 한 당신들은 충분히 강하다고. 시어머니의 답을 듣자 기운이 났다. 어머니 말씀을 전하러 바바라의 퇴근을 기다리는 중이다.


오늘 아침엔 거뜬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일어났다. 정신력 빼면 시체인 배달의 민족 아닌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산다. 뭐든지 미리 겁먹지 않는 것도 나이를 먹으면서 배웠다. 하나씩 해결해가면 된다. 아직 1주일은 더 병원에 계시니 자주 찾아뵈면 되고, 재활 클리닉의 좋은 시스템 아래 원기를 회복하실 것이다. 어제는 병실에 친딸이 가져다 놓은 꽃병이 있더니 오늘은 초콜릿 상자가 나와 있었다. 초콜릿을 좋아하시는 자기 아버지께 드리는 딸의 선물. 첫 병문안 때 아이가 말했다. '할아버지랑 대화하던 게 그립네.'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실 것이다. 그러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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