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두 분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 남매로서 애정의 유무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지는 게 이긴다는 논리 같은 건 없었다.
시아버지는 만 91세다. 그에겐 두세 살 위인 누님이 한 분 계신데 그녀의 이름은 로즈마리. 젊어서 출판사를 운영하셨고 몸집이나 목소리나 눈매가 한눈에도 여장부 스타일이시다. 문제는 이분들이 만나기만 하면 다투시는데 우리가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이유라는것. 전화 통화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병원에서 내 휴대폰으로 시아버지가 누님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신 것만 두 번. 누님이 병원으로 전화를 거신 것도 두 번이었다.
누님의 성격이 특별히 자상하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예리하신 축이랄까. 출판사를 운영하시며 교정일에도 남다른 촉이 있으셨던 탓인지 말 한 마디, 사소한 표현 하나도 예사로 넘어가시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내게 주의를 주신 바로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싶으셔서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물으신다는 것. 조심하거라. 로즈마리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싶어해.내가 느낀 바로는 평소 독일 사람들도 질문이 많은 편인데 그런 독일 사람들이 주의를 줄 정도라면?
누님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도 이해가 갔다. 시아버지의 기승전결은 언제나 시어머니 카타리나로 끝났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것만 쏙 뽑아서.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까지 갖다 붙이시며. 이성적이고 냉철하신 누님의 입장에서 보면 택도 없는 소리일 게 틀림 없었다.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그렇던데. 진짜 문제는 두 분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 남매로서 애정의 유무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지는 게 이긴다는 논리 같은 건 없었다.
다음은 두 분의 전화 대화를 종합한 것이다. 편의상 대화의 주체를 시아버지는 오토로, 로즈마리 누님은 누나로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