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90대 현실 남매가 싸우는 이유

왜 남의 말을 안 받아주나

by 뮌헨의 마리


진짜 문제는 두 분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 남매로서 애정의 유무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지는 게 이긴다는 논리 같은 건 없었다.



시아버지는 만 91세다. 그에겐 두세 살 위인 누님이 한 분 계신데 그녀의 이름은 로즈마리. 젊어서 출판사를 운영하셨고 몸집이나 목소리나 눈매가 한눈에도 여장부 스타일이시다. 문제는 이분들이 만나기만 하면 다투시는데 우리가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이유라는 것. 전화 통화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병원에서 내 휴대폰으로 시아버지가 누님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부탁하신 것만 두 번. 누님이 병원으로 전화를 거신 것도 두 번이었다.


누님의 성격이 특별히 자상하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예리하신 축이랄까. 출판사를 운영하시며 교정일에도 남다른 촉이 있으셨던 탓인지 말 한 마디, 사소한 표현 하나도 예사로 넘어가시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내게 주의를 주신 바로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싶으셔서 요하다 싶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물으신다는 것. 조심하거라. 로즈마리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싶어해. 내가 느낀 바로는 평소 독일 사람들도 질문이 많은 편인데 그런 독일 사람들이 주의를 줄 정도라면?


누님의 입장에서 불편한 것도 이해가 갔다. 시아버지의 기승전결은 언제나 시어머니 카타리나로 끝났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것만 쏙 뽑아서.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까지 갖다 붙이시며. 이성적이고 냉철하신 누님의 입장에서 보면 택도 없는 소리일 게 틀림 없었다.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그렇던데. 진짜 문제는 두 분이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것. 남매로서 애정의 유무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지는 게 이긴다는 논리 같은 건 없었다.



다음은 두 분의 전화 대화를 종합한 것이다. 편의상 대화의 주체를 시아버지는 오토로, 로즈마리 누님은 누나로 표기했다.




오토: 나야.

누나: 너구나. 오늘은 좀 어때?

오토: 병원 생활이 그렇지 뭐.

누나: 아침은 먹었니?

오토: 요구르트랑 복숭아랑 빵 한 조각.

누나: 다행이네. 오늘은 병원에 누가 오니?

오토: 유정이 와 있어. 이 폰도 얘 거야.

누나: 오, 고마워라! 내 안부도 전해라.

오토: 알았어. 유정이 오면 내 기분이 좋아져. 어제는 사워네 애들이 다 왔어. 클레멘스, 바바라, 유정.. 그리고.. (가 옆에서 말씀드렸다. '알리시아요!') 응 그래, 알리시아!

누나: 아, 좋았겠네. 우리 예쁜 알리시아! 보고 싶구나.

오토: 누나는 어때?

누나: 난 괜찮아. 무릎 아픈 것만 빼면.

오토: 누나 무릎이 아픈 건 몸무게 때문이야.

누나: 뭐라구?

오토: 누, 나, 몸, 무, 게, 때문이라구!!!

누나: 다시 말해 봐. 뭐 때문이라구?!

오토: 몸, 무, 게!

누나: 아니, 그게 무슨 말이니? 그건 상관없는 문제야.

오토: 상관있어. 카타리나랑 누나 몸무게를 비교해 봐.

누나: 카타리나 몸무게랑은 왜 비교하라는 거니?

오토: 그게 문제니까 그렇다는 말이지

누나: 오토, 그건 좀 아니다.


오토: 누나는 그게 문제야.

누나: 그건 또 무슨 소리니?

오토: 누나는 남의 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누나: 아니, 내가 안 받아들인 건 또 뭐니?

오토: 내가 말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일 줄을 모른다니까.

누나: 아니야. 나 네가 하는 말 받아들여.

오토: 아니잖아. 누나는 항상 그래!

누나: 뭐가 항상 그렇다는 말이니?

오토: 남의 말을 안 받아주는 . 그게 문제라니까!

누나: 얘가 오늘은 아침부터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지.. 그건 그렇고, 카타리나는 좀 어떠니?


오토: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잘 지내고 있어.

누나: 다행이구나.

오토: 카타리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긍정적이고, 용감하고, 또 아름답고..

누나: 거기서 아름답다는 말은 왜 나오니?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오토: 사실이니까 그렇지!

누나: 내 말은 맥락이 안 맞다는 소리지.

오토: 아무튼.. 누나는 그게 문제야..남의 말을 받아줄 줄을 몰라!

누나: 얘가 아침부터 왜 이러지? 다음에 또 통화하자.

오토: 알았어. 누나도 전화 좀 해.

누나: 나 매일 너한테 전화하잖니.

오토: 알았으니까 끊어!!!




결론: 남의 말은 상냥하게 경청하자. 토 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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