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일은 운동회로 바쁘다. 한글학교는 지난 주말 뮌헨의 동쪽 미하엘리 수영장 뒤편 공원 숲 속에서, 독일학교는 이자르 강변 잔디 구장에서 운동회를 했다.
2019.6.1 뮌헨 한글학교 운동회(위) 아이의 팔 훌라후프 신공과 고기 굽는 옆집 동양인들이 피운 연기(아래)
요즘 독일은 운동회로 바쁘다. 한글학교도 지난 주말에 뮌헨의 동쪽 미하엘리 수영장 뒤편 공원 숲 속에서 운동회를 했다. 작년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아이와 둘이 파트너로 준비된 게임만 참가하고, 팔에 스탬프 찍고, 기념으로 과자 몇 봉지를 얻고 돌아왔다. 돗자리는 준비하지 않았고, 점심도 먹지 않았다. 마침 새어머니와의 점심 약속도 있었다. 행사 도중 떠나도 될 명분은 충분했다.
올해는 현경이가 있었다. 현경이네도 운동회가 처음이라 낯설지 않겠는가. 돗자리도 챙기고, 김밥까지는 못 싸고 미리 사 온 군만두를 구워서 갔다. 전날까지만 해도 올 지 말 지 고민하던 현경이 엄마가 부지런히 김밥도 싸고, 과일까지 챙겨서 왔다. 애도 어른도 친구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끝까지 참가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작년에 독서 모임을 같이 하던 반가운 얼굴을 만나는 즐거움까지.
신기했던 건 공원의 우리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던 어느 동양인 가족. 정말 놀랐다. 4시간 동안 자세 한번 흩트리지 않았다. 저 정도면 경지 아닌가. 또 하나는 <한글학교 운동회>라는 작은 플래카드를 나무 사이에 걸어두었는데 관리인이 와서 떼라고 한 것. 플래카드는 허락을 받고 달아야 한단다. 규율까지 디테일하다. 또 하나 나를 경탄하게 만든 건 건너편 돗자리에서 벌어진 비빔밥 파티! 경험의 축적이 안겨준 놀라운 발상 아닌가. 나도 내년에는 비빔밥을 먹어야지.
2019. 6. 4 독일 학교 운동회 Sportsfest
어제는 아이가 다니는 독일 학교의 운동회날이었다.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12시 반까지. 1학년부터 4학년 아이들은 오전 8시까지 학교에 모여 단체로 30분 정도 걸어왔다. 장소는 이자르 강변의 스포츠 전용 잔디밭. 절반은 잔디만 깔렸고, 절반은 트랙을 만들어 놓았다. 주말부터 날씨는 사흘째 무더웠다. 우리 집에서는 걸어서 10분 거리.여름 야외 수영장이 있는 쉬렌 수영장과 장미 공원 사이에 있었다.
오전 내내 진행되는 운동회 행사 도우미를 신청한 엄마는 세 명. 나와 헝가리 출신 한나 엄마인 클라우디아는 이른 아침 7시 15분에 잔디밭에 도착해서 준비를 도왔다. 우리가 한 일은 멀리뛰기 모래밭을 평평하게 일구고 스타트 라인 주변을 청소하기. 아침부터 땀 흘리며 행사 준비를 돕는다고 생각하니 부듯했다. 평소 친해지고 싶었던 클라우디아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부다페스트에서 대학 1학년 때 뮌헨대학으로 왔다고 했다. 그후 독일 남편 홀가를 만났고, 아이는 하나. 20년째 뮌헨에 살고 있고, 현재는 직장맘이다.
독일학교 운동회 잔디밭으로 가는 길
저녁에 우리 반 왓츠앱 단톡 방에 작년 반대표 엄마가 글을 올렸다. '오늘 수고해 주신 세 분 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건 아니지 싶었다. 나와 클라우디아도 아침부터 땀 꽤나 흘렸는데? 우리 둘 다 단톡 방에 신고도 했는데. 이 엄마가 늘 그렇다. 아이는 반에서 1등. 본인은 은행에 다니는데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콧대가 높다. 그때 클라우디아 남편 홀가가 댓글을 올렸다. (우리 남편은 단톡 방에 없다.) '세 분 아니고 다섯 분(이른 아침 행사 준비한 두 분 포함)입니다!!!'
와우, 이것이 독일 남편이 자기 아내를 응원하는 법아니고 뭔가! 아침에 이 에피소드를 남편에게 전했더니 큰소리로 웃었다. 그 엄마의 반응은? 화들짝 놀라 어젯밤 부랴부랴 이런 답이 올라왔다. '아, 죄송해요. 당연히 5 ×감사죠!' 평소 어떤 일을 부탁한 후 감사 인사 안 하기로 유명한 이 엄마의 사과 발언을 듣는 것도 꽤 좋았다. 아침에 남편에게 물어보는 건 깜빡했다. 남편이 출근한 후 라벤더에 물을 주며 생각했다. 우리남편 반응도 비슷했겠지?아무렴.. (어떤 사안은 무조건 믿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