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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Jun 27. 2019

웃음이란 무엇인가

유통 기한 없는 그 무엇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다 보았다.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해진 나 자신을. 웃음의 힘, 웃음의 미학, 웃음의 마력과 웃음의 치명적인 매력을.


어제는 사흘 동안 혼미하던 정신을 비로소 되찾았다. 대단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한동안 글을 제대로 못 올린 까닭에 궁색한 변명도 필요해서 일단 아팠다고 썼다. 사실이니까. 글을 올리고 나자 마음의 무게가 반쯤 줄었는지 머리도 덜 아프고 기분도 나아졌다. 놀라거나 걱정해 주시는 댓글들에는 오히려 미안해질 정도. 남은 50% 혼미함은 웃음으로 날린 하루였다.


그날 아침은 새벽부터 글쓰기로 기운을 소진한 탓에 다시 누울 생각이었다. 아이와 남편만 무사히 보내고 나면. 그런데 아직 정신이 다 돌아오지 않은 탓인지 원래 그래서인지 아이 간식 도시락을 가방에 넣어주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아이가 나가고 2분 후에 도시락 발견. 바로 달려 나갈까 하다가 내 몰골을 본 후 마음을 접었다. 아이가 돌아보고 '우리 엄마 아니에요!' 소리치고 도망갈까 봐.


간식 시간에 먹을 소중한 도시락인데. 내가 갖다 주지 뭐. 그렇게 휴식을 반납했다. 그날은 알바도 겁 나게 바쁜 날. 몽롱한 채로 출근할까 봐 그게 걱정이었다. 삶이든 죽음이든 전쟁터란 자고로 정신 바짝 차리고 집을 나서야 하거늘. 행여라도 아군이나 실수로라도  자신을 쏘면 낭패까. 집을 나서니 벌써 아홉 시 반. 이른 아침부터 빨래는 왜 돌려놨는지. 10시 직전 학교 도착. 초스피드로 아이에게 도시락을 안기자마자 휴식 시간이 끝났다. 엄마가 왔다고 아이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던데.



알바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카페 이탈리로 갔다.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번개 같이 톡을 날린 지인. 그녀와는 속 깊은 고민 상담을 나흘 전부터 계속 해오던 중이었다. 초반 이틀 간은 나도 나름 병중이라 장문의 답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다만 최선을 다해 들어주단답형의 공감을 날렸다.  이해했다. 이해 못 할 게 뭐 있다고. 국제결혼이라고 예외는 없다. 시어머니와 오묘한 관계란 이쪽 진영에서도 대략 난감.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리란 건 나도 알지만 양해 바란. 지인의 프라이버시도 소중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녀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내가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는 것.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긴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한국의 형제자매들에게도 말하기 곤란했던 독일 시어머니에피소드란 결국 독일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서 생긴 . 소싯적엔 나도 충격 좀 받았다. 살다 보니 그 정도야. 지나니 뭘 그런 일에 충격씩이나! 노출에 대한 관대함이 남다른 데서 오는 놀람이. 독일의 공공연한 예로 공원이나 해변에서 선팅을 위한 상의 탈의나 남녀공용 사우나, 누드존이 아무렇지 않기가 쉽나. 지인의 경우는 아니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시어머니와 함께라면 더더욱. 


아 그런데 웃고 웃고 웃다가 문득 깨달았다. 얼마만의 폭풍 웃음인가. 서울에 살며, 문학 동아리를 하며, 한 10년 치 웃음을 다 웃고 왔다. 그때가 그립다. 웃을 일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지루한가. 노화도 빠르다. 여러 모로 손해다. 혼자서 이국의 카페 구석에 앉아 쿡쿡, 낄낄, 하하하, 참았던 웃음을 마침내 터트리다 았다.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해진 나 자신을. 웃음의 힘, 웃음의 미학, 웃음의 마력과 웃음의 치명적인 매력. 우리에게 웃음이란 무엇인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통 기한조차 없는 각자만의 그 무엇! 사이다 건 콜라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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