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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Aug 18. 2019

부산에서 나를 놀라게 한 몇 가지 일들

배롱나무도 보았다


올여름 부산의 발견은 배롱나무. 삼촌 댁에서 할아버지 제사도 지냈다. 멀리서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 작은 고모와 큰고모부도 오셨다. 막 결혼한 새내기 부부 사촌들도 왔다.



올여름 부산의 발견은 배롱나무. 서울에선 끝물이긴 해도 능소화를 원 없이 보는데 부산은 어딜 가나 배롱나무 천지였다.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불린다는 설명은 내 친구 Y에게 들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 자체예뻤고, 꽃은 더 예뻤다. 처음에는 감탄 하고 이름을 몰랐는데, 친척 언니 아파트 단지에   배롱나무를 보고 이름을 묻자 언니가 네이버에 꽃 사진을 찍어서 검색해서 알려주었다. 부산에서 발견한 네이버의 !


부산에서는 내 브런치 글의 독자이면서 옛날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도 만났다. 총 일곱인데, 외국에 사는 나와 M언니가 귀국할 때마다 모인다고 겠다. E언니처럼 내가 쓴 에 대해 묻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올봄에 첫 알바 봉급으로 내가 산 아이 중고 책상 240유로였다. 책상을 살 경우 2,400유로라고 예를 든 데, 내가 중고 책상을 그렇게 비싸게 산 줄 알았다고 놀랐다. 세상에, 알바해서 버는 돈이 얼마나 다고!


물리 치료사인 친구 M도 독일의 우리 시어머니가 머무시던 재활 클리닉과 한국의 요양 시설 현격한 차이충격받았다고 다. 호숫가의 그 재활원은 시어머니께서 고관절 수술 후 양아버지와 함께 계시려고 예약했던 럭셔리한 곳이었다. 비싼 체류비는 독일 건강보험과는 별개로 매달 지불하시는 개인 건강보험으로 해결하셨. 독일의 모든 재활 클리닉과 요양원의 수준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겠다. M은 내게 말조심해야 되겠다는 멘트도 날렸다. 여차하면 내가 자기랑 대화한 걸 브런치에 쓴다나. 속으로 찔렸다. (미안하다, 친구야. 니 얘기 계속 나온다.)



부산에서 몇 가지 일 감동하기도 다. 해운대에 갔을 때 건물 주차장 입구를 못 찾아서 빙빙 돌다가 공영 주차장에 잘못 들어간 적이 있다. 한 바퀴 돌 주차료가 500원. 운전하던 M이 '잘못 들어왔는데 나가게 해 주세요' 하자 정말로 그렇게 해 주었다. 밤에 범어사 주차장에 갔을 때도 이 친구가 주차장에 차를 창문을 열어두고 산책을 가려고 다. 차 환기를 시킨다나. 그래도 다며. 정말 놀랐다. 그래도 괜찮다는 저 확고한 믿음. 한국이 얼마나 안전하면 그럴까 싶어서. 내가 버텨닫고 가긴 지만.


M과 함께 부산대학교 앞 NC 백화점에 갔을 때도 그랬다. M이 쇼핑을 간 사이 글을 쓰려고 5층 카페로 올라갔다. 커피 값은 2,500원. 잔돈이 없어 5만 원권으로 계산하려 하자 카운터의 청년도 잔돈이 모자라는지 7,500원만 거슬러 주며 4만 원은 나중에 주겠단다. 그게 무슨 소리? 나중이란 대체 언제? '뭐라도 써주시면 안 될까요?'(차용증서 비슷한 거 말이다.) 내 말에 청년이 순도 100%의 이해불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감동한 나. 진동벨이 울려서 가보커피와 함께 잔돈이 나왔다.  사이 이렇게 귀여운 한국 정서를 까먹다니!


삼촌 댁에서 할아버지 제사도 지냈다. 멀리서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신 작은 고모와 큰고모부도 오셨다. 막 결혼한 새내기 부부 사촌들도 왔다.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함부로 글이 써지지 않는다. 할아버지를 빼고 내 유년 시절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국에만 있는 것. 제사, 세는 나이, 집 전세, 산 속의 절과 보석 같은 계곡.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밑반찬 문화. 그중 제사는 우리의 전통이긴 하지만 여자들에게 너무 많은 수고를 요구해서 양가적 감정이 들 수밖에 없다. 그들이 엄마고, 숙모고, 자매고, 친구라서다. 여자들이 행복하지 않고 세상이 행복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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