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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Sep 06. 2019

그 숲의 그루터기를 생각함

그루터기에 핀 풀꽃들을 생각함


숲 속 깊은 오솔길을 걷다가 생각함. 이끼 끼고 오래된 그루터기를 보다가 생각함. 그루터기의 위아래나 옆으로 아무렇게나 뿌리내린 풀꽃들을 보다가 생각함. 앞날을 생각함. 갈 길을 생각함. 지난날을 생각함. 지나온 길을 생각함..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만난 그 모든 길들을 생각함.




숲길 꽃길. 넓은 길 좁은 길. 마른 길 젖은 길. 낙엽길 초록길. 바람길 눈물길. 봄길 가을길. 여름길 겨울길. 푹신한 길 거친 길. 물길 바닷길. 낭떠러지 길 미끄럼 길. 하늘길 새의 길. 물고기의 길 고래의 길. 강길 산길. 계곡길 폭포길. 절벽길 낙화 길. 뾰족한 길 둥근 길. 뻘길 진창길. 말도 안 되는 길 엉망진창인 길. 얽히고설킨 길 이끼 낀 길. 빗길 눈길. 안갯길 폭우 길. 밝은 길 어두운 길. 벼락 길 천둥 길. 황야의 길 이리의 길. 폭풍우의 길 폭풍 전야의 길.





추운 길 더운 길. 따뜻한 길 쌀쌀한 길. 다정한 길 쓸쓸한 길. 정동길 덕수궁길. 밤길 달빛길. 호숫길 별길. 유성길 별똥별 길. 높은 길 낮은 길. 인생길 갈림길. 앞으로 나아갈 길 뒤로 물러날 길. 가고 싶은 길 가고 싶지 않은 길. 파헤친 길 산사태 길. 너덜너덜한 길 무너진 길. 일의 길 삶의 길. 밥의 길 빵의 길. 뜨거운 길 차가운 길. 새콤하고 달콤한 길 짜고 맵고 신 길. 기쁜 길 슬픈 길. 화나는 길 짜증 나는 길. 우는 길 웃는 길. 걷는 길 뛰는 길. 산길 언덕길. 새벽길 기찻길. 꿈길 잠길. 앞이 캄캄해지는 길 눈앞이 환해지는 길. 범어사 길 한여름밤 길.





단 하나의 길 여러 갈래길. 계속 가는 길 기다리는 길. 반짝반짝 빛나는 길 누군가가 그리운 길. 금길 은길. 보석 등불 길. 같이 가는 길 홀로 걷는 길. 막힌 길 뚫린 길. 생각의 길 명상의 길. 행동의 길 연대의 길. 후회하는 길 후회하지 않는 길. 돌아보는 길 돌아보지 않는 길. 되돌아 가는 길 되돌아 갈 수 없는 길. 상처의 길 치유의 길. 만나는 길 어긋나는 길. 일어서는 길 다시 는 길. 사는 길 죽는 길. 오는 길 가는 길. 내리막 길 오르막 길. 포기하는 길 포기하지 않는 길. 보내는 길 맞이하는 길. 지구라는 길 우주라는 길. 





숲 속 깊은 오솔길을 걷다가 생각함. 이끼 끼고 오래된 그루터기를 보다가 생각함. 그루터기의 위아래나 옆으로 아무렇게나 뿌리내린 풀꽃들보다가 생각함. 앞날을 생각함.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함. 지난날을 생각함. 지나온 을 생각함. 꽃비가 내리던 날들 생각함. 가시밭길 같을 날들 생각함. 능소화와 백일홍의 길을 생각함. 시의  산문의 . 소설의 길과 문학의 . 책의 길과 글의 . 나의 길과 당신의 길. 삶이라는 여행길에서 만난 그 모든 길들을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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