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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Aug 14. 2020

독일 시어머니와 여름휴가를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독일 시어머니와 여름휴가를 갔다. 1주일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 남쪽 바닷가 휴양지였다.



안달루시아의 바다 풍경



독일 시어머니와 여름휴가를 갔다. 내게는 시어머니고, 남편에게는 새어머니다. 1주일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 남쪽 바닷가 휴양지였다. 년 만에 찾은 이곳은 어머니와 우리에게 특별한 장소였다. 4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여름에도 어머니와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때는 남편의 형네와 누나도 초대안달루시아만은 그때도 이번에남편과 아이와 나, 이렇게 우리초대받았다.


이곳에 오기까지 마음 고생이 많다. 칠월에 터키로 장기 휴가를 다녀온 북독일의 형네는 그렇다 치고, 뮌헨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사는 시누이를 빼놓고 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머니처럼 바바라도 바다를 좋아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뜻이 확고했기에. 바바라는 데리고 가지 않는다. 바바라를 안 데리고 가면 우리도 안 가겠다고 떼를 쓸 수는 었다. 친어머니는 우리가 그렇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셨지만. 


휴가를 떠나기 전 친어머니와 시누이 바바라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고민이. 뮌헨에 온 지 2년 반 동안 바바라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친어머니였다. 중간에서 남편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악역을 맡을 수밖에. 친어머니를 방문했을 때가 적절한 타이밍 같았다. 바바라는 화를 내며 정원의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친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딸의 뒷모습과 며느리인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자리에 남편은 없었다.



안달루시아의 바다 풍경



매사에 빈틈이 없으신 어머니와는 출발 전날 뮌헨의 공항에서 만났다. 사전 체크인을 위해서였다. 미리 짐을 보내야 다음날 새벽 출발이 편하다는 이유로. 이런 것이 독일 노인들의 철저함이다. 평일 저녁 6시 반 공항은 한산했다. 바이에른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는데도. 저녁은 공항에서 돌아와 집 앞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어머니 생신날에도 저녁을 먹었던 곳. 다음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비행기 출발은 새벽 6시 15분. 전날 남편이 택시를 예약했고, 택시비는 다음날 어머니가 내셨다. 독일 노인들은 자식에게 기대지 않는다. 생전에 자식에게 퍼주지도 않는다. 자식들도 당연히 바라지 않는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의 남쪽 지방으로 대표 도시는 세비야다. 그라나다, 코르도바, 말라가, 카디스 등 8개 주로 나뉜다. 휴양지는 스페인의 남서쪽, 북대서양의 카디스 부근 바닷가다. 해안을 따라 북쪽은 포르투갈, 남쪽으로는 북아프리카. 뮌헨에서 이곳 공항까지는 세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서는 전세 버스로 휴양지로 향했다. 4년 전에는 가족 동반 휴가객들로 휴양지가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그때의 1/4 되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온 것 2016년 칠월 초였다. 당시 여름이 어찌나 더웠던지 휴양지에서 카디스로 1일 관광을 갔을 때는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기억이 난. 어머니의 한낮 바닷가 산책에 따라나섰다가 뜨거운 태양에 살갗이 탈 뻔했던 기억도. 그런데 이번에는 팔월인데도 날씨가 30도 이하로 독일보다 선선했다. 돌아가신 시아버지 4주기를 추모할 겸 어머니의 제안으로 오긴 했지만 스페인에서도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는 추세라 휴양지 안에만 머물기로 했다. 휴양지 내에서의 코로나 방역 수칙은 엄격했다. 휴양지 안에서나 해안에서도 걸어 다닐 때는 마스크가 필수. 식사나 휴식을 위해 테이블에 앉을 때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어머니와 그렇게 1주일의 휴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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