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어머니와 여름휴가를 갔다. 1주일간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 남쪽 바닷가 휴양지였다.
안달루시아의 바다 풍경
독일 시어머니와여름휴가를갔다.내게는 시어머니고, 남편에게는 새어머니다. 1주일간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 남쪽 바닷가 휴양지였다.몇 년 만에 찾은 이곳은 어머니와 우리에게 특별한장소였다. 4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신여름에도 어머니와왔던곳이기때문이다. 다른 때는 남편의 형네와 누나도초대를 받는데 안달루시아만은 그때도 이번에도 남편과 아이와 나, 이렇게 우리만 초대받았다.
이곳에오기까지마음 고생이 많았다. 칠월에터키로 장기 휴가를 다녀온북독일의 형네는 그렇다 치고,뮌헨에서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사는 시누이를 빼놓고 온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머니처럼 바바라도 바다를좋아했다. 그럼에도어쩔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뜻이확고했기에. 바바라는 데리고 가지 않는다.바바라를 안 데리고 가면 우리도 안 가겠다고떼를 쓸수는없었다. 친어머니는 우리가 그렇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셨지만.
휴가를 떠나기 전 친어머니와 시누이 바바라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뮌헨에 온 지 2년 반 동안바바라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것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친어머니였다. 중간에서남편이문제를 해결해줄 것같지는 않았다.내가 악역을 맡을수밖에. 친어머니를 방문했을 때가적절한 타이밍 같았다. 바바라는 화를 내며정원의 식탁에서 벌떡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친어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딸의 뒷모습과 며느리인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남편은 없었다.
안달루시아의 바다 풍경
매사에 빈틈이 없으신 어머니와는 출발 전날 뮌헨의 공항에서 만났다. 사전 체크인을 위해서였다. 미리 짐을 보내야 다음날 새벽 출발이 편하다는 이유로. 이런 것이 독일 노인들의 철저함이다. 평일저녁 6시 반 공항은 한산했다. 바이에른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는데도. 저녁은공항에서 돌아와 집 앞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어머니 생신날에도 저녁을 먹었던 곳. 다음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비행기 출발은 새벽 6시 15분. 전날 남편이 택시를 예약했고, 택시비는다음날 어머니가 내셨다. 독일 노인들은 자식에게 기대지 않는다. 생전에 자식에게 퍼주지도 않는다.자식들도당연히 바라지 않는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의 남쪽 지방으로 대표 도시는 세비야다.그라나다, 코르도바, 말라가, 카디스 등 8개 주로 나뉜다.휴양지는스페인의 남서쪽, 북대서양의카디스 부근 바닷가였다. 해안을 따라 북쪽은포르투갈, 남쪽으로는북아프리카. 뮌헨에서 이곳 공항까지는 세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서는 전세 버스로 휴양지로 향했다. 4년 전에는 가족 동반 휴가객들로 휴양지가북적거렸는데 올해는 그때의 1/4도 되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온 것은2016년 칠월 초였다. 당시 여름이 어찌나 더웠던지휴양지에서카디스로 1일관광을 갔을 때는낮 기온이 40도에육박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의 한낮 바닷가 산책에 따라나섰다가 뜨거운태양에살갗이 탈 뻔했던 기억도. 그런데이번에는 팔월인데도날씨가 30도 이하로독일보다 선선했다.돌아가신 시아버지 4주기를 추모할 겸 어머니의 제안으로 오긴 했지만스페인에서도코로나가계속확산되는 추세라 휴양지 안에만 머물기로 했다. 휴양지내에서의 코로나 방역 수칙은 엄격했다. 휴양지 안에서나 해안에서도 걸어 다닐 때는 마스크가 필수. 식사나 휴식을 위해 테이블에 앉을 때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어머니와 그렇게 1주일의 휴가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