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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뮌헨의 마리 Sep 19. 2019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독일어로 읽는 <오만과 편견>*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들키지 않으려 돌아선 미소와 함께. 들키고 싶지 않지만 미처 숨기지도 못한 미소와 함께.





제11장**


(제1라운드)

엘리자베스: 어리석은 행동이나 터무니없는 짓, 변덕이나 모순을 보면 즐거워지죠. 그리고 그런 걸 비웃을 기회를 놓치지 않죠. 하지만 그런 약점이야말로 바로 당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이겠죠.


다아시: 아마 누구도 그런 약점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너무 똑똑한 게 오히려 웃음거리를 제공하게 되는 그런 약점을 피하는 걸 평생의 과제로 삼아왔습니다.


엘리자베스: 허영이나 오만 같은 것 말씀이군요.


다아시: 맞았어요. 허영은 진짜 결점입니다. 그러나 오만은... 진정으로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라면 늘 그것을 잘 통제하기 마련이고, 그건 오만이라기보다 자긍심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엘리자베스는 미소를 감추기 위해 돌아섰다.






(제2라운드)


(다아시에 대한 의견을 재촉하는 빙리 양에게)


엘리자베스: 검토 결과 저는 다아시 씨에게는 아무런 결점도 없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다아시 씨 스스로도 감추지 않고 인정하고 계시고요.


다아시: 아닙니다. (다아시가 말했다.) 그렇게 주장한 적은 없어요. 저도 물론 결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지적인 능력과 관계된 건 아니기를 바란다는 거죠. 제 성격에 대해서는 저도 감히 좋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너무 고집이 세니까요. 적어도 세상을 살아나가기에 불편할 만큼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결점, 저한테 잘못한 것 따위는 빨리 잊는 게 좋은데 그러지를 못하지요.


엘리자베스: 그러니까 당신의 결점은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경향이죠.


다아시: 그리고 당신의 결점은...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의 말을 일부러 곡해해서 듣는 것이고요.


(바로 그때 둘 사이를 질투하는 빙리 양이 끼어듦.)


다아시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뒤, 대화가 중단되어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엘리자베스에게 너무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번역은 민음사 참조. 

**대화나 내용은 일부만 발췌 인용함.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Stolz und Vorurteil>을 독일어로 읽은 지 1주일. 제인 오스틴의 녹슬지 않는 감성을 문장 속에서 발견하는 즐거웠다. 글이 저렇게 초록초록 빛나야 하는데. 늙지 않는 글이란 저런 글을 말한다.(오해는 마시길. 번역본을 참고했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중요한 대목만 번역본을 펼쳐 본다.) 아직까지 내게 가장 젊은 글 <위대한 개츠비> 그랬다.


어제까 12장을 읽었으니 매일 두 편의 챕터를 읽기로 한 약속은 대략 지킨 셈. 고고한 다아시와 그런 태도쯤이야 가볍게 무시하는 우리의 여주 엘리자베스의 사랑이 흰 마가렛 꽃 같이 수줍게 싹트는 장면들 앞에서는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들키지 않으려 돌아선 미소와 함께. 들키고 싶지 않지만 미처 숨기지도 못한 미소와 함께.


아, 또 있다. 삼각이 빠지면 되나. 둘 사이에 어지간히 끼어드는  사람도 필요하다. 여기선 빙리 양이 제 역할을 톡톡히 다. 어쩌나, 아무리 바라봐도 돌아봐주지 않는 무심한 사람. 어딜 가나 꼭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오만도 자긍심도 아닌 자존심! 잊지 말자. 나 싫다는 사람 울며불며 매달리면 자존심만 상한다. 면도 안 서고. 이럴 때 질투는 힘이 못 된다. 차라리 제목대로 오만한 편이 백 배 다.






Kapitel 11


Elizabeth: Ich gebe zu, daß mich Torheiten und Widersinnigkeiten, Marroten und Ungereimtheiten wirklich unterhalten, und über sie lache ich, wann immer ich Gelegenheit habe. Aber dies sind, wie ich annehme, genau die Dinge, von denen Sie frei sind.


Darcy: Das ist vielleicht niemandem möglich. Aber ich war mein Leben lang bestrebt, jene Schwächen zu vermeiden, die häufig einen überlegenen Verstand der Lächerlichkeit preisgeben.


Elizabeth: Wie zum Beispiel Eitelkeit und Stolz.


Darcy: Ja, Eitelkeit ist in der Tat eine Schwäche. Aber Stolz - wo eine wirklichegeistige Überlegenheit vorhanden ist, wird der Stolz stets unter guter Kontrolle sein.


Elizabeth wandte sich ab, um ein Lächeln zu verbergen.






Elizabeth : Ich bin nun vollkommen überzeugt, daß Mr. Darcy keine Fehler hat. Er gibt es selbst unverhohlen zu. Er gibt es selbst unverhohlen zu.


Darcy: Nein, (sagte Darcy,) einen solchen Anspruch habe ich nicht erhoben. Ich habe genug Fehler, doch betreffen sie, wie ich hoffe, nicht meine verstandesmäßigen Einsichten.  Für mein Temperament wage ich nicht einzustehen. Ich bin, glaube ich, wohl zuwenig nachgiebig - ganz bestimmt zu wenig für die Bequemlichkeit der Leute. Ich kann die Torheiten und Untugenden anderer nicht so schnell vergessen, wie ich sollte, und auch nicht, wenn man mich selbst beleidgt.


Elizabeth : Und ihr Fehler ist ein Hang, jedermann zu verabseuen.


Darcy : Und der Ihre, (erwiderte er lächelnd) ist es, jedermann absichtlich mißzuverste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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