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뮌헨의 마리 Sep 21. 2019

독일에선 뭐 먹고사나

독일의 삼시 세 끼는 한 접시 요리


독일에선 뭐 먹고사나.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늘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듣기 좋게 말하면 인터내셔널. 그냥 한 접시 요리다.


토마토 소스와 페스토 소스로 만든 라비올리. 뇨끼 사진 추가(아래) 사진으로 보니 국물이 없어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는 육수 삶은 물도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만드는 편이다.



아이가 독일 초등 4학년이 된 후 가장 큰 변화는 금요일마다 같은 반 친구 율리아나와 둘이서 집으로 오는 것이다. 3학년 말 무렵 율리아나 엄마가 물었다. 4학년 때부터 금요일만 아이들끼리 귀가하게 해도 겠냐고. 나야 물론 좋았다. 가을부터 새로운 알바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금요일마다 친구와 놀면 얼마나 즐겁나. 어차피 숙제도 없는데. 아무리 매주 시험을 보는 4학년이라 해도 주말은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 이때 주말이란 금요일부터다.


올 가을에 율리아나 남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율리아나 엄마 아빠는 맞벌이를 한다. 율리아나와 남동생은 학교도 다르다. 그 둘을 매일 픽업하는 건 할머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금요일은 애들 둘이서 하교하는 걸 제안한 모양이다. 아이들은 방과 후도 신청하지 않고 학교에서 실컷 놀고 왔다. 지난 주도 그랬고 이번 주도 그랬다. 우리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 또 논다. 금요일마다 아이들에게 해주는 게 라비올리고 뇨끼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사진 찍는 걸 잊어서 옛날 사진으로 대체한다. 뇨끼 사진은 나중에 올려야겠다.



우리 집의 대표 메뉴인 스파게티와 파스타들.



독일에선 뭐 먹고사나. 한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늘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알고 보면 별 것도 없는데. 한국식도 독일식도 아니다. 듣기 좋게 말하면 인터내셔널. 그냥 한 접시 요리다. 예를 들면 이런 메뉴들. 스파게티와 파스타와 라비올리 같은 것. 아니면 샐러드나 때론 야채 볶음밥. 그제는 한국에 다녀온 지 처음으로 조카가 다녀갔다. 냉장고에 있던 삼겹 한 덩이를 잘게 잘라 구웠다. 그걸 남편과 아이와 넷이서 나눠 먹었다. 양이 적으니 더 맛있었다. 양상추에 싸서 쌈장을 넣어먹는 맛! 삼겹 사진 찍는 것도 깜빡했다. 아쉽다.


어제는 남편이 사 온 돼지 목살을 간장 양념으로 야채와 볶아먹었다. 조카가 오던 날이었다. 마침 일찍 온다며 마트라길래 삼겹을 좀 더 사 오랬더니 삼겹 대신 목살을 사 왔다. 남독일 최대 마트 체인점인 알디 Aldi에 삼겹이 없단다! 놀라웠다. 독일 사람들은 그릴도 좋아하면서 삼겹이나 목살 구워 먹는 맛을 모르다니. 하긴 우리 집에서도 고기는 자주 먹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는 심심하면 둘이서 독일 돈가스 슈니츨을 만들어 먹는다. 슈니츨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빼고. 한국식 옛날 돈가스라면 조금은 먹어줄 수 있는데. 요즘 왜 이러나. 사진 찍는 걸 계속 까먹는다. 진짜 맛있었는데.



토마토와 모차렐라와 바즐이 만드는 삼색 조화! 딱 봐도 이태리다.



여름에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모차렐라 토마토 바질 샐러드. 이태리 본토 이름은 카프레제다. 나도 좋아하고 최근에는 아이도 잘 먹는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위에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싸고 푸짐하고 맛있다. 여름철 점심이나 이른 저녁 한 끼로도 그만이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빵을 곁들여다. 위 사진 재료는 모차렐라 치즈 한 덩어리. 중간 크기 토마토 2개. 올리브 오일, 발사믹 소스, 바질 잎 많이! 사진을 보니 또 먹고 싶어 진다. 그런데 발코니에 내놓은 바질은 여름 지나며 바짝 말라 있던데. 신기한 건 그 작고 마른 잎에서 향은 얼마나 짙던지!


어제는 호텔 일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가도 된다고 해서 오후 1시에 나왔다. 오늘부터 뮌헨은 옥토버 페스트. 테이블을 옥토버 페스트에 맞게 장식한다던데. 주인 할머니 딸인 니콜이 오면 같이 진행한다는 말만 듣고 나왔다. 그리하여 어제 우리가 준비한 호텔 조식 치즈 쟁반에도 브레첼 장식 등장! 아이들에게 점심을 주고, 간식을 주고, 남편이 와서 이른 저녁을 먹고, 빨래를 두 번 돌리고 널고, 아이를 씻기고 머리를 꼼꼼하게 말려주고, 책까지 읽어주고 나니 밤이 찾아왔다. 글은 하나도 못 쓰고 마음만 바빴다. 세 평도 안 되는 나만의 글방에서 쓰다가 다가 새벽에 번쩍 잠이 깨서 글쓰기를 마무리했다. ,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이여!





작가의 이전글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