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가 나를 겸손하게 만드네

호텔 21

by 뮌헨의 마리


누구나 실수를 한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를 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데만 이틀이 걸렸다. 실수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실수의 미학. 실수의 미덕.




이번 주에는 호텔에서 크고 작은 실수를 했다. 그것도 하루에 세 번씩이나. 올봄 첫 번째 알바를 했던 곳에서도 하루에 접시를 세 개나 깬 기록이 있는데. 그때는 아이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글쎄. 글 쓰느라 한 이틀 잠이 부족했다. 두 번의 월급을 받고 나니 방심했던 탓도 있겠다. 그날은 미나의 휴무가 끝나고 둘이 근무하는 날이었다. 열흘째 비 오고 흐린 날이 계속되었다.


신기한 건 미나였다. 아침 출근 때부터 눈이 반쯤 감겨 있었다. 간밤에 잠을 못 잤다나. 미나와 나, 둘 중 하나라도 반짝거려야 하는데. 그러나 미나의 내공은 한 수 위였다. 하루 종일 게슴츠레한 눈으로 일하면서도 실수 한번 안 했다. 저런 게 짬밥이구나 싶었다. 나는? 쟁반 뚜껑을 떨어뜨려 기스가 가고, 야채를 쏟고, 아침에는 빵을 오븐에서 빨리 꺼내는 바람에 다시 넣어야 했다. 몹시 부끄러웠다.





호텔 주인 할머니와 딸에게 뚜껑에 금이 간 것에 대해 사과했다. 미안해서 새 뚜껑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자 딸이 괜찮다고 했다. 야채를 쓸어 담으며 주인 할머니께 두 번째 사과를 했다. 할머니께서 참담한 내 표정을 보시고는 쯧, 혀를 차시더니 울지는 마라, 하셨다. 고마웠다. 오랜 세월 숱한 종업원을 거느려 본 노련함이겠다. 진심 울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내일이 휴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만 하면서.


다음날은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했다. 글도 안 쓰고 이틀 동안 일찍 잤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출근을 했다. 안 하면 어쩔 것인가. 내 몸과 마음의 컨디션은 내 책임인데. 평소처럼 밝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했다. 실수는 없었다. 다음 날은 할머니가 딸에게 폭풍 잔소리를 들었다. 그다음 날은 미나가 할머니께 별일 아닌 일로 한소리를 들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를 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데만 이틀이 걸렸다. 실수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실수의 미학. 실수의 미덕.





브런치에서 제안하는 브런치북 마감일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브런치 작가라면 다 하는 브런치북 만들기 프로젝트에 동참을 못하는 스트레스도 다. 그러나 어쩌랴. 그럴 만한 여유가 없는데. 한 가지 보람이 있다면 오늘 날짜로 브런치 글 400편을 완성했다. 작년 7월부터 만 1년 6개월의 결과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템포로 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다. 다만 호텔에서 정신줄 놓을 정도로 무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봉급을 받으며 하는 일을 대충 해서야 되겠는가.


683분의 구독자분들께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 별 볼 일 없는 글을 공들여 읽어주시고, 때로는 라이킷과 댓글로 응원을, 때로는 글에 대한 이견을 보내 주신 분들도 계시다. 감사하다. 코멘트를 받고 깨달았다. 세상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내 생각이 다가 아니란 것을 배울 기회로 삼을 수 있어 좋았다. 그 말씀들은 가슴에 고이 새겨놓았으니 안심하시길. 인생에 어찌 꽃길만 있기를 바라겠는가. 낙엽길도, 황무지 길도, 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길이다. 이것이 브런치 글 400개를 통해 내가 배운 것이다. 고맙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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