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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탄넨바움, 너 푸르고 푸른 소나무여

2019 마지막 독일어 수업

by 뮌헨의 마리


오 탄넨바움, 오 탄넨바움!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내가 좋아하는 노래. 짧은 가사 안에 겨울처럼 차가운 공기의 감촉과 서리처럼 서늘한 기상이 전해진다.



O Tannenbaum! 선생님 막스의 단정한듯 유려한 필체도 예쁘다.



오늘은 올해의 독일어 마지막 수업이었다. 수업은 주 2회. 매회 2시간 30분, 총 8강 수강료는 월 220유로. 12월 초에 여섯 명이던 인원은 연말이 되자 네 명으로 줄었다. 그중 나를 포함한 세 명이 내년 1월부터 중상급 B2를 듣는다. 스페인 아주머니 마르는 내년 1월에 스페인에 갔다가 2월부터 합류할 계획이다.


오늘은 독일어 선생님 막스가 <오 탄넨바움 O Tannenbaum> 가사를 칠판에 적어주고 다 같이 합창을 했다. 노래 한 곡으로 연말 기분을 내기에 충분했다. 오 탄넨바움, 오 탄넨바움!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내가 좋아하는 노래. 짧은 가사 안에 겨울처럼 차가운 공기의 감촉과 서리처럼 서늘한 기상이 전해진다. 막스가 새해 계획을 물었다. 나는 중도 포기하지 않고 B2 과정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물론 글쓰기도 포함되어 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어학 학교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창밖 풍경이다. 해 질 무렵 석양이 사거리 맞은편 빨간 건물 지붕에 반사될 때 빛나는 황금색이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멀리 뮌헨의 상징인 프라우엔 성당이 보인다. 선생님 막스도 구름이 스펙터클 하다고 자주 사진을 찍는 것을 보았다. 이번 겨울은 너무 따뜻해서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어려울 듯하다. 주말 내내 비 소식이 있는데 비 오는 크리스마스가 되는 건 아닐는지.



어학학교 교실(아래)와 창가에서 바라본 젠들링거 토어 U반역(위)



12월에 반 친구들이 들고 온 연말 선물은 다양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타냐는 독일 시어머니와 함께 구웠다며 크리스마스 쿠키인 플랫첸을 들고 왔다. 중국 아주머니인 시아오 칭은 예쁜 다용도 통을 사서 하나씩 나눠주었다. 반 분위기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좋았다. 오늘은 스페인 아주머니 마르가 스페인 쿠키라며 사들고 온 간식을 휴식 시간에 나눠먹었다. 딱딱한 표면에 설탕이 듬뿍 뿌려져 있는 쿠키였다. 우리 호떡을 얇게 눌러 말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직 준비로 바빴던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작은 새해 선물을 생각하고 있다. 살면서 하는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인데 그중 하나가 공부다. 입시 공부가 아닌 바에야 배움에 나이가 따로 있지는 않겠지. 그게 위로라면 위로다. 다행히 내가 공부하는 독일어 수업에 오는 사람들이 젊은 학생들이 아니라 대부분 주부라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이런 반을 만나기쉽지 않다. 거기다 마음까지 따뜻하잖나! 좋은 팀도 만났겠다, 새해엔 공부할 일만 남았다.



타냐의 크리스마스 쿠키(위 왼쪽) 시아오 칭의 선물(위 오른쪽) 마르의 스페인 쿠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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