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뮌헨에서 코로나로 인해 큰 동요나 긴장감은 감지되지 않는다. 월요일 저녁 동네 대형마켓에서 장을 볼 때도 파스타 매대나 휴지 매대는 그대로였다. 마스크 대란도 없으니 아직은 양호한 편이라고 봐야겠다.
뮌헨의 이자르강.
초등 4학년인 아이는 뮌헨의 초등학교에 다닌다. 코로나와 관련 학교로부터 공식적으로 공문을 받은 것은 3.1(일) 오전 11시 38분이었다.학부모 대표가 교장샘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학부모 단톡 방인 왓츠앱에 올렸다. 그날은 독일 카니발인 파싱 Fasching 방학이 끝나던 날이었다. 파싱 방학은 1주일이었다. 공문 내용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한국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학부모에게 주는 당부 사항과 학생들에게 주는 주의 사항으로 나뉘어 있었다.
(학부모 당부 사항)
1. 방학 기간 중에 코로나 고위험 지역 4개국; 중국, 이란, 한국, 이태리를 다녀온 학생은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에 등교시키지 말 것.
2. 학교에 여행 사실을 통보할 것.
3. 그 외 아프거나 증상이 있는 학생도 등교시키지 말 것.
(학생들 주의 사항)
1. 손 씻기(손의 물기는 털지 말 것)
2. 기침이나 재채기 시 손으로 가리지 말 것
3. 티슈 사용 시 일반 휴지통에 버리지 말 것
3.9(월) 세 번째 학교 안내문
독일에는 2월 카니발 방학 기간 중 카니발에 참석하는 사람도 많고, 뮌헨을 포함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이태리의 남티롤이나 오스트리아로 마지막 스키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학교에서는 단체로 스키 강습을 가기도 한다. 작년에는 우리 아이도 스키 강습을 갔다. 올해엔 아이가 가기 싫어해서 안 보냈고, 우리도 스키장 호텔을 예약했다가 시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취소했다. 설사 갔다고해도 바이에른이라 문제는 없었을것이다. 시부모님 때문에 카니발 구경을 못 간 것은 전화위복이되었다. 작년에는 온 가족이 뮌헨 시내 카니발을 구경 갔었다. 사람 일이 새옹지마다.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개학 후 아이는 질병 예방 관련 공문을 학교에서 받아왔다. 그 주에는 뮌헨의 한글학교도 임시 휴교를 결정했고, 뮌헨의 이미륵 한국문화공간에서 계획했던 <기생충> 상영도 연기되었다. 이미륵 박사 70주년 추모식도 연기되었다. 한 주가 그렇게 마무리될 줄 알았더니 3.6(금)에는 뜻밖의 소식까지 들렸다. 우리 반 학부모의 말에 의하면 뮌헨의 어느 김나지움에서 확진자가 나와 1주일 전 방학 때 남티롤로 스키 강습을 갔던 학생 200명을 단체로 하교시켰다는 소식이었다. 이태리에서 코로나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을 때였다.
주말인 3.7(토)에는 학부모 단톡으로 두 번째 공문이 전달되었다. 파싱 방학 때 남티롤을 방문한 학생은 다음 주에 등교를 시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3월은 독일의 초등 4학년에게는 중요한 시기다. 이 한 달 동안 김나지움 진학 시험이 모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만약 방학 때 이태리나 남티롤을 방문했더라면 어쩔 뻔했나. 월요일 아이는학교 측의세 번째 공문을 받아왔다. 확진자와 접촉 시 즉시 학교에 알린 후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집에서 격리하라는 안내문이었다. 아이 반에서 방학 중 이태리나 남티롤을 다녀온 후 결석한 학생은 이태리 학생 한 명뿐이었다. 이번주부터 학교의 단체 영화 관람 등 외부 활동은 모두 취소될 듯하다.학교 측의 긴장감이 전해지는 한 주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뮌헨에서 코로나로 인해 큰 동요나 긴장감은 감지되지 않는다. 월요일 저녁 동네 대형마켓에서 장을 볼 때도 파스타 매대나 휴지 매대는 그대로였다. 마스크 대란도 없으니 아직은 양호한편이라고 봐야겠다. 어제저녁 남편에게 마스크를 몇 장 구입해두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모르니 예비로 구비하자는 뜻이었는데말이다. 그 대신 손 씻기의 생활화와 옷소매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막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독일의 인사법인 볼키스나 악수를 안 하는 사람들은 있다. 좋은 소식은 대놓고 혐오나 차별은 겪지 않았다는 것. 더 반가운 소식은 어제 한국의 확진자 수가 두 자리로 감소했다는것. 그 소식에 당장 마음 속에 낀 먹구름을뚫고 한 줄기 빛이 비치던 심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