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전체 사이클을 익히는데 3주가 걸렸다. 싫은 소리 꽤나 들어가면서. 내게는 긴 여정이었다. 4주 차를 맞는 각오는 이렇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새로 일하는 독일 특허청 칸티네에서 내가 하는 일은 뭘까. 몇 번 언급했듯이 아침에는 특허청 직원들에게 판매할 샌드위치, 아침 식사용 과일 샐러드와 프레쉬 요구르트를 준비한다. 독일 빵이 오죽 종류가 많나. 2/3는 바구니에 담아 그냥 팔고, 1/3은 샌드위치를 만든다. 놀라운 건 브레첼. 얼마나 많이 굽는지. 브레첼도 그냥 팔 것과 버터만 발라 파는 것과 샌드위치용 세 가지다. 샌드위치용 빵들은 햄버거처럼 위아래로 자르고 전날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버터를 듬뿍 바른다. 독일 말에 'Alles Butter? 알레스 부타?(오케이?)'란 표현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버터만 있으면 정녕 만사가 오케이인 것이다.
윷처럼 길쭉한 라우겐 슈탕게와 슈피체 빵들에는 각각 모차렐라와 토마토, 까망베르 치즈를 각각 잘라 넣는다. 빵의 양쪽 끝에 상추를 한 조각씩 깔고 가운데에 토마토, 오이를 넣으면 끝. 두 종류의 사각형 갈색 빵 껍질에는 검은깨와 씨앗이 붙어있다. 이런 빵들은 흰 빵 셈멜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맛있고 건강하다. 셈멜에도 흰 깨와 검은깨가 뿌려진 것이 있다. 굽기 전에 촉촉한 빵을 깨를 담은 접시 위에 엎어서 살짝 누른다. 모든 빵에 상추를 깔고 각종 햄, 살라미, 치즈, 토마토, 오이 등을 골고루 넣는다. 신기한 건 스모크 연어 샌드위치. 아침부터 이런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연어 속에는 흰색의 서양 와사비 Meerrettich 메어 레티히를 넣는다. 바다에서 나는 무란 뜻.
다음엔 브레첼.말했듯이 자르기가 쉽지 않다. 부러지지 않게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한쪽이 너무 두껍거나 얇아도 안 된다. 요령은? 무조건 많이 잘라봐야 안다. 너무 따끈해도 너무 딱딱해도 자르기 어렵다. 모든 건 타이밍이다. 빵 하나 자르는 데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브레첼에도 위아래가 있는줄 몰랐다. 위쪽에 해바라기 씨앗이나 깨가 뿌려진 것도 있다. 가운데에 얇은 살라미나 햄을 깔고 사각 치즈 두 장을 얹어 구운 치즈 브레첼도 있다. 버터 브레첼에는 당연히 버터를 듬뿍 발라줘야 한다. 너무 적게 바른다고 자주 혼났다. 브레첼 샌드위치 중 독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잔파를 얇게 다져 버터나 크림치즈를 바른 브레첼에 잔뜩 뿌려 먹는 것. 색감도 산뜻하고 맛도 가격도 그만이다. 독일에 오시면 한번 맛보시길 바란다. 이름은슈니트 라우흐 브레첼 Schnittlauchbrettzel.
샌드위치를 만들고 나면 다음은 콘퍼런스 룸. 통계청 근무자만 천 명이 넘는다. 하루 걸러 크고 작은 회의가 열린다. 그 룸에 들어갈 음료 준비도 우리 팀의 일이다. 공문으로 요청한 물 두 가지, 가스 물과 일반 물. 유리잔과 냅킨. 오렌지 주스나 사과 주스. 티나 커피, 쿠키까지 준비할 때도 있다. 신기한 건 알코올 프리 맥주. 저렇게 맥주가 좋을까. 우리 칸티네에서도 이 맥주를 판다. 심지어 우리 새어머니는 최근 알코올 프리 와인을 마시고 계신다. 보통 아침 8시 30분까지 명시된 회의실로 운반대로 밀고 간다. 오전에는 칸티네 한쪽에 룸으로 분리된 카페테리아에서 모임을 요청하는 공문이 오기도 한다. 간단한 음식, 예를 들면 뜨거운 물에 끓인 소시지와 브레첼 등을 곁들인다.접시, 포크, 각종 소스와 물, 음료, 맥주 등은 기본.
가장 중요한 건 점심 준비. 점심 메뉴는 주방 팀이 전담한다. 주 메뉴는 4가지. 파스타, 고기(주로 슈니츨/돈가스), 생선, 채식 등과 수프 두 가지와각종 소스와 드레싱. 그리고 삶은 감자와 으깬 감자 샐러드 혹은 감자튀김이 더해진다. 디저트 두 가지도 필수. 우리 서비스 팀은 샐러드 바와 디저트를 책임진다. 샐러드 종류는 대략 10가지.여유 있게 두 세트씩 준비한다. 통계청 직원들의 점심시간은 길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오전 11시부터 줄을 선다. 주 메뉴는 우리가 서빙한다. 나는 항상 많이 덜어준다고 한 소리 듣는 경우다.어려운 건 독일 사람들의 다양한 주문. 이것 빼고 저것 넣고, 이것 대신 저것 달라는 주문 말이다.
신참인 나는 더욱 바쁘다. 음식 서빙뿐 아니라 떨어지는 메뉴를 주방에 알리고 급할 땐 뜨거운 오븐에서 직접 들고 오기도 한다. 샐러드 바도챙겨야지. 빈 샐러드는 새 샐러드로 채우고, 세 가지 드레싱도 봐야지. 수프도 살피고, 디저트와 음료 대도 채워야지.정신이 없다. 사실 칸티네에 음료를 채우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 냉장보관실에서 음료를 날라야 하고, 부족한 음료는 지하 창고에서 보충해야 한다. 무겁다. 이 업무는 카운터를 전담하는 다다 할머니 일이다. 하지만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할머니 일을 누군가는 도와야 한다. 그래서 내 일이 되었다. 짬짬이 카운터 일도 배우고 거든다. 1시 반에서 2시까지는 점심. 칸티네와 주방 정리 및 청소를 마치면 3시 퇴근이다. 이 사이클을 익히는데 3주가 걸렸다. 싫은 소리 꽤나 들어가면서. 브레첼 굽는 것까지 마스터하면 끝이다. 내게는 긴 여정이었다. 4주 차를 맞는 각오는 이렇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