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해리포터를 사랑한 아이의 글쓰기

by 뮌헨의 마리


2010년 아이의 출생 기념으로 남편이 사들고 온 아이패드 1세대. 아이가 크면 아이패드로 놀면서 뭐든 배울 거라던 남편의 말은 증명되었다. 10년 후 그때 그 아이패드로 아이가 글을 쓰고 있으니!


아침 6시, 예비 작가의 글쓰기!


3월의 첫 번째 월요일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고 씻고 아이를 침대로 보낼 시간이었다. 아이가 물었다. 오늘은 책 읽어 줄 거야? 칸티네에서 일한 이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안 읽어준 지 오래였다.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조를 때가 봄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 아이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열한 살이다. 내년이면 사춘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때는 읽어주고 싶어도 방문도 안 열어주겠지? 엄마가 토를 안 달고 읽어주겠다 하자 신이 난 어린이.


뭘 읽었더라?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기억이 안 다. 한 해가 지나서인지 작년에 읽어주던 책들은 시시해 보인다. 읽는 사람이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겁지. 뭘 읽지? 고민하는 사이 아이가 외쳤다. 엄마가 생각할 동안 난 아이패드로 글 쓰고 있을게! 왓, 뭐라고? 아, 글! 그제야 저녁을 먹으며 아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아이에게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는 거다. 자기 이야기를 쓸 건데 이번에는 '나 ich'가 아니라 '그녀 sie'라고 거라고. (2년 전 아이는 '나'로 시작하는 글쓰기를 시도한 적이 있다.)


오, 멋진데! 이름은 뭐라고 할 건데?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쓴단다. 새 이름을 짓는 건 어떠냐 물으니 당장 멋진 이름을 하나 지었다. 아이는 독일어로 글을 쓴다. 읽기와 쓰기는 독일어가 1순위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느 언어든 하나가 단단하게 체계를 잡아야 다음 언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한 단락을 쓴 후 구형 아이패드로 한국에서 다운로드해 둔 만화 위인전을 읽기로 다. 아이가 해리포터를 좋아하니 시작은 조앤 롤랭부터!



쉽지 않은 작가의 길!



화요일 아침 6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방으로 아이가 뛰어오며 소리쳤다.


"엄마, 나 글 쓸 거야!"

"지금이 몇 신데. 더 자."

"여섯 시 반까지만 쓸게."

"작가님, 왜 이러세요."

"내가 글 써서 감동한 거야?"

"당근! 감동했지."

"왜?"

"멋있어서!"

"내 글을 읽은 거야?"

"아니. 글을 는 자체가 멋져!"


작가의 탄생, 작가의 시작, 작가의 예고편이었다. 수요일 아침에는 6시에 일어나 씻고 옷까지 입고 주방 식탁에 나타났다. 엄마가 아침상을 차리고 도시락을 싸는 동안 예비 작가는 빨간 라디오를 옆에 끼고 글을 썼다. 그날은 저녁에도 썼다. 뭘 쓰는지는 모른다. 안 물어도 자꾸 옆에서 흘리는 스토리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여자 아이가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독일에 산다. 간단한 팩트를 얼마나 길게 쓰느냐는 작가의 역량에 달린 일.


아침에 아이의 알람은 세 번 울린다. 새벽 여섯 시, 여섯 시 반, 일곱 시. 달간 엄마의 칸티네 근무가 아이에게 준 선물이다. 이틀 동안 조앤 롤링을 읽었고, 지금은 코코 샤넬을 읽고 있다. 어찌나 재미있는지 는 아이 몰래 다 읽어버린 엄마. 아이는 요즘 수학자냐 작가냐로 고민 중이다. 세 살 때부터 키워온 화가의 꿈은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수학자의 꿈과 작가의 꿈과 수많은 다른 꿈들이 아이의 앞으로 나타났다 뒤로 사라지겠지. 그러니 작가가 되면 어떻고, 안 되면 또 어떤가.


2010년은 한국에서 아이가 태어난 해다. 미국으로 출장을 간 남편이 사들고 온 건 아이패드 1세대. 당시 아이패드는 요즘의 미니 아이패드보다 두 배나 컸다.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명패를 달고 우리 집으로 첫 세대 아이패드. 이제 막 태어난 아기한테? 너무한 거 아닌가 태클을 거려는 나에게 좀 크면 아이패드로 놀면서 뭐든 배운다나. 남편은 새 기계 마니아다. 일명 얼리 어답터. 지금까지 애플의 모든 제품을 샀다. 10년 후 남편의 말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아이가 케케묵은 그때 그 아이패드로 글을 쓰고 있으니!



한국에 살 때 구매했던 <한글로 읽는 만화 위인전 Who>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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