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의 노래

금은보화를 준대도

by 뮌헨의 마리


금은보화를 준대도 바꿀 수 없네
나의 노래 노래 노래를
화려한 궁전과도 바꾸지 않겠네
나의 노래 노래 노래를



머지 않아 봄빛으로 물들 2월과 3월의 슈탄베르크 호수



금요일 오후 슈탄베르크로 아버지를 찾아뵈었다. 원래는 주말인 토요일 요양원에서 부헨벡 7번지 댁으로 돌아오실 예정이었는데 하루가 앞당겨졌다. 토요일이라 구급차와 인력 배정이 어려워서 요양원에서 일정을 조정해 주었다. 나로서는 확산 일로인 코로나 때문에 요양원 방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아이와 내가 S반으로 먼저 출발하고, 시누이 바바라가 퇴근 후에 합류하기로 했다.


날씨는 좋았다. 시어머니의 얼굴도 밝았다. 다시는 못 돌아오리라 예상했던 집으로 오셔서인지 시아버지도 혈색이 예전만 못하신 것만 빼면 다 좋았다. 큰 창을 통해 정원이 내다보이는 쪽으로 누워계신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서자 만감이 교차했다.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을 찬성할 때는 어머니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시간이 많지 않으신 시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요양원에 계신 모습을 보고서야 죄송한 마음이 먹구름처럼 덮쳤다.


그날 시아버지는 어머니와 바바라와 나, 세 사람의 도움으로 침대에서 일어나셔서 휠체어에 앉은 채 우리와 저녁 식사를 하셨다. 다시 우리와 저녁을 드시다니. 갑자기 집으로 오시게 되어 어머니는 빵 사실 시간도 없으셨던 모양이었다. 검고 딱딱한 독일 빵은 바바라가 사들고 왔다. 기계로 얇게 썰자 먹기 좋게 부드러웠다.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만감이 교차하신 듯했다. 1주일 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여정이 하도 길고 무겁고 어두워 지하 세계의 하데스의 만찬에라도 다녀오신 듯했다.



부엌엔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아침/점심/저녁/밤으로 나눈 약통이 있고,


아이는 그날 어린이 유머책 두 권을 들고 갔다. 할아버지께 읽어드리려고. 한 권을 넘겨 보시다 하하 웃으시는 소리가 부엌까지 들려왔다. 다음은 아이의 목소리. 두 사람이 사이좋게 유머집을 읽고 듣는 사이 나는 어머니와 저녁 식탁을 차렸다. 나를 위해 사놓으신 감 하나와 아이가 좋아하는 잘 익은 망고도 깎았다. 저녁을 먹고는 차례로 용돈을 받았다. 아이는 수학 시험을 잘 쳤다고 10유로. 나는 S반 표값과 택시비를, 바바라에게는 빵값을 주셨다.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사랑이다. 이런 용돈을 나는 오래 받고 싶다.


시아버지는 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노래도 부르셨다. 얼마만인가, 반가운 그 노랫소리. 그제야 실감이 났다. 정말 오셨구나.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맑고 고왔다. 1940년도 노래라 하셨다. 저런 노래를 40년간 듣고 사셨다면 어머니의 인생은 즐거우셨으리라. 기운을 차리셨다는 건 이런 노래와 너희가 오니 기운이 나는구나,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멘트에서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어떻게 그 오래된 가사를 잊지도 않으시는지. 저런 노래도 계속 듣고 싶다. 노래에 실려온 봄이 어둑어둑한 정원에 내려앉는 소리도 들렸다. 너도 왔구나, 봄!



금은보화를 준대도 바꿀 수 없네

나의 노래 노래 노래를

화려한 궁전과도 바꾸지 않겠네

나의 노래 노래 노래를


그래도 딱 한 가지 허락한다면

오직 작은 것 하나 허락한다면

바로 바로 바로 너

그대만 고르겠네



방에서는 다시 돌아온 할아버지께 웃음을 찾아드리는 유머 시리즈 낭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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