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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휴교령 그이후

학교는 문을 닫았다. And now?

by 뮌헨의 마리


현재 독일의 확진자 수는 4,800여 명. 사망자 수는 12명이다. 이 중 바이에른 사망자는 4명.


텅 빈 빅투알리엔 마켓(좌) 휴교령이 내리던 2020.3.13일자 지역신문 "학교는 문을 닫고, 이제는?"(우)



지난 금요일 독일에는 휴교령이 내렸다. 다음날인 토요일. 남편과 아이가 마트에서 몇 가지 물건을 공수해왔다. 식용유 한 병, 소금 두 통, 바나나와 망고 하나. 아이는 과자 한 통을, 남편은 맥주와 독일 김치 격인 자우어 크라우트 한 팩을 골라왔다. 나를 위해서는 튤립 한 다발과 잼 한 병.


주말에는 5주간의 재택근무를 대비해서 남편이 침실을 홈오피스로 개조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작은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려던 계획도 무기한 연기되었다. 지금이 한가하게 집을 사고 이사를 할 시절은 아니니까. 이 소식에 가장 기뻐하신 건 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시다.


일요일 저녁. 슈탄베르크 양아버지의 친딸이 톡을 보냈다. 할아버지, 할머니 방문은 그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니 방문을 자제하라는 권고였다. 학교에서도 이미 공지한 대로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크다. 우리가 안 가면 분명 외로우실 텐데. 시누이 바바라가 두 분과 상의한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오늘은 휴교가 시행된 첫날. 아이는 이메일로 받은 세 과목(독일어, 수학, 사회과학 HSU) 숙제를 했다. 안부도 물을 겸 작년에 첫 알바를 했던 한국 슈퍼에도 들렀다. 슈퍼 내 점심 식사가 가능한 간이식당 임비스 Imbis는 내일까지만 연다고 했다. 오늘의 메뉴인 돼지불고기 덕분에 저녁을 해결할 수 있어 좋은데, 나의 옛동료인 젊은 친구는 일자리를 잃게 생겨 걱정이다.


문을 닫는 곳이 여기뿐만은 아니다. 상황은 독일답지 않게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바는 문을 닫고, 레스토랑은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단 테이블 간 간격을 1미터 이상 유지해야 하며,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없다. 수요일부터는 모든 뮤지엄과 영화관들과 수영장도 일제히 문을 닫는다. 문을 여는 곳은 약국 아포테케 Apotheke, 슈퍼마켓(dm 등 일용 잡화점 포함), 빵집, 은행과 주유소(간이 매점 포함)이다. 거기다 대중교통도 축소 운행한다는 소식.


작년에 일했던 호텔에도 손님이 없다고 옛 동료 미나에게 들었다. 독일 특허청도 재택근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전 근무지였던 특허청 칸티네도 당분간 문을 닫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번 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묵묵히 견디는 수밖에. 간 김에 쌀과 간장과 참기름과 아이가 좋아하는 찰떡 초코파이를 사 왔다. 현재 독일의 확진자 수는 4,800여 명. 사망자 수는 12명.



해도 나고 꽃도 피었는데.. 인적이 드문 독일의 거리들(20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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