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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년들은 연주를 마쳤을까

코로나와 뮌헨

by 뮌헨의 마리


목요일 저녁 8시 반. 창 밖으로 박수와 함성 소리가 들렸다. 다 같이 코로나를 이겨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소리.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연대가 이루어내는 화음이었다.





지난주 뮌헨의 우리 동네 빵집 Wimmer에 다녀오는 길에 2020.4.1일 자 클래식 공연 포스터를 보았다. 사월을 여는 첫날인 수요일 저녁 8시. 덴마크 청년들은 무사히 연주를 마쳤을까.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아마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 위로 넘쳐흐르는 생동감과 진지함으로 보는 이의 눈길과 발길을 동시에 멈추게 하던 젊은 음악도들. 한여름 지나 가을이 오면 그들은 다시 올까. 나는 그때도 똑같은 포스터를 볼 수 있을까.


요즘 뮌헨의 지하철 역에는 오데온 광장 클래식 공연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그것도 무려 여름 공연이다. 2020.7.10(금)과 11(토) 양일 저녁 8시. 베토벤, 드뷔시, 라벨, 베를리오즈가 연주된다. 코로나가 물러가고 평화로운 시절이 오기를 염원하는 음악회 같다. 뮌헨의 중심 오데온 광장 옆 고즈넉한 호프 가든 정원을 산책하던 날도 기억난다. 바로 그날 그 정원에서 외출 금지령을 들었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금빛으로 내려앉던 3월 중순이었다.


휴교령이 내린 지 4주째. 외출금지령이 내린 지는 3주째인 목요일 저녁 8시 반. 창 밖으로 박수와 함성 소리가 들렸다. 다 같이 코로나를 이겨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소리.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연대가 이루어내는 화음이었다. 레스토랑과 카페도 하나씩 문을 열었다. 아직은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집 앞 이태리 레스토랑은 피자를, 베트남 식당은 롤스시를, 동네 카페는 금~일에만 조각 케이크를 판다. 조카가 일하는 한국 식당도 점심만 영업을 시작했다. 이번 주 일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은 부활절 휴일이다. 나는 근무다.



뮌헨의 오데온 광장과 호프 기든 정원



목요일 아침부터 우리집에도 쥐트도이체 차이퉁 Süddeutsche Zeitung 신문이 다. 새어머니의 부활절 선물이다. 어머니도 지루하실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도착하는 양질의 두툼한 일간지 신문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다양하게 소통하시며 잘 견디고 계신다. 매일 저녁 8시 어머니와의 통화는 우리에게도 어머니께도 소중한 일과가 되었다. 코로나가 준 선물이다. 어머니는 지난 한 달 동안 두통과 치통과 무릎과 손발까지 두루 통증을 겪으셨다. 혼자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어머니와도 어제저녁 통화를 했다. 새어머니가 매일 아침 쥐트도이체 차이퉁을 꼼꼼하게 읽으시는 반면, 시어머니는 저녁 8시부터 신문을 읽으신다. 이 시간부터 양아버지가 뉴스를 시청하신 후 영화를 감상하시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파이어 아벤트 Feierabend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는 공휴일 전날 저녁을 뜻한다. 공휴일은 파이어탁 Feiertag. 지금은 일과가 끝난 자유로운 시간. 편안한 저녁 시간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보통 저녁 8시 이후로 부모들의 휴식 시간대다. 아이들은 반드시 8시에 침대로 가는 이유다. 부모들도 쉬어야 하니까. 파이어 아벤트 만세!


저녁에 아이는 신문의 수도쿠를 풀고, 나는 코로나 기사를 읽었다. 세계의 코로나 현황 중 눈에 확 뜨이는 저 나라는 바로 Südkorea! 도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이가 한국이란 글자 옆에 느낌표를 세 개나 그렸다. 얼마 전에 어머니도 인정하셨다. 한국이 잘하고 있더구나. 나도 요즘 지하철 안에서 꼭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번 주부터 직장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다. 오늘로써 나흘째. 내 동료인 알바니아 출신 미라는 딱 이틀 만에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소리질렀다. 숨을 못 쉬겠어!!! 그래도 어떡해. 써야지! 의지의 한국인인 나는 숨도 잘 쉬며 잘 견디고 있다.



저 도표가 매일 신문에 뜬다. 자랑스런 그 이름 Süd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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