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다양한 타입의 선생님을 겪어보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공부라고 믿는다. 나를 좋아해 주는 선생님만 만나라는 법이 어디 있나.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 좋을 것도 없다.
올봄 발코니에 새로 들인 라벤더.
주말 근무를 마치고 다시 휴무날.오늘은 코로나 이후 아이의첫 개학날이었다. 아이는 새벽에 일어났다. 어젯밤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춰두고 잔다고 해서 너무 일찍 일어나는 거 아니야? 엄마가 휴무니까 걱정 말고 자라고했는데도 안 된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 8시였던 등교 시간은 코로나 이후 8시 45분이 되었다. 집에서 8시에 나가도 넉넉한시간이었다.
아이는 일찍 가서 책도 읽고싶다고 했다. 그게 다일까? 아마 선생님도 친구들도 그리웠겠지. 학교에 다시 가는 게 얼마나 기쁜지 이른 등교로 보여주고 싶었는지도모르고. 두 달 휴교 동안 아이는 몸도 마음도 훌쩍 컸다. 가을에 김나지움에 가게 되면 자전거로 통학하면 안 되냐고 물어서 엄마를 진땀 나게 만든 게 지난 주말이었다.어제는 일찍 잔다고 9시에 침대로 갔다. 평소엔 파파랑 밤 12시까지 영화를 봤는데.
아침 6시. 남편과 아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부엌에서 글을 썼다. 6시 30분. 언제 일어났는지 남편도 아이도 차례로 씻고 옷까지 갈아입고 부엌에 나타났다. 남편은 빵과 커피를 사러 가고, 아이는 전날 챙겨놓은 무거운 책가방을 현관문에 내놓았다. 아침을 먹자 7시 30분. 아이는 이제부터 혼자 학교에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학교에 도착하면 톡을 받기로 하고 보냈다.7시 54분 학교 도착.
레몬을 좋아하는 파파와 딸. 아이에게 아침 식탁을 차리랬더니 수저도 안 놓고 끝?!
결론은 너무 일찍 학교에 가는 게 아니었다. 아이를 보내고 밀린 빨래를 하고, 집 정리를 하고있던 내게 집에서 일하던 남편이 말했다. 담임샘이 이메일을 보냈다고. 개학날 아침부터 무슨 메일을? 수업하시느라 바쁘실 오전 시간에. 아이가 너무 일찍 등교해서 곤란하다는 내용이었다. 아, 담임샘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네. 개학 첫날이니 마음도 바쁘셨을 테고. 남편은 아니라고 했다. 애가 들떠서 학교에 일찍 간 걸 가지고 어떻게 애들 마음을 그리도 몰라주시나, 볼멘 소리를 했다.
남편은 서운했던 것이다. 아이가 얼마나 섭섭했을 것인가. 반겨주지 않는 선생님에게. 남편은 아이의 감정에 이입되어 몇 배로 속이 상한 모양이었다. 아, 그 말도 맞네! 나는 당장 남편 줄에 섰다. 두 달을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지낸 파파와 딸 아닌가. 둘은 어느새 찰떡 케미가 되어 있었다. 얏호! 이것이 내가 진실로, 진실로 바라던 바가 아니던가. 조용히 빨래를 널고 컴퓨터 앞에앉은 남편을뒤에서 꼭 안으며 물었다. 차 한 잔가져다 줄까?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담임샘은 프라우 쾨나 Frau Körner. 30대 후반인 선생님은 싱글이시다. 고양이 한 마리와 살고 계신다고, 학교 행사 때가 되면 선생님의 연로하신 부모님이 오셔서 도와주신다. 자식을 위한 그분들의 조력에 마음이 뭉클할 때가 있었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그럴 수 있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지 않고 어떻게 아나. 자식을 키우면서도 모를 때가 많은데. 물론 타고난 성격이 깔끔하신 분일 수도 있다.
학교에서 다양한 타입의 선생님을 겪어보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공부라고 믿는다. 나를 좋아해 주는 선생님만 만나라는 법이 어디 있나.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 좋을 것도 없다. 파파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교를 알리는 아이의 목소리는 밝았다. 12시쯤에 전화가 와서 율리아나랑 같이 숙제를 해도 되냐고 물었다.당연히 되지! 율리아나 엄마만 오케이 하면. 우리 집이든 율리아나 집이든 다 괜찮다. 잠시 후 아이는 율리아나 집에서 숙제를 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길 오늘 김나지움 입학을 위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율리아나와 점수가 똑같더라고.얼마나 다행인가!오후 3시, 아이는 아직 집에 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