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독일의 아이들

연대와 소통

by 뮌헨의 마리


코로나는 당연하게도 독일 초등 졸업반인 4학년 아이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오전에는 메일로 받은 숙제를 한다. 그리고 독서. 화상 수업은 없다. 개학은 미정. 5월 개학을 기대 중이다.


코로나와 싸우는 세계 의료진들에게 보내는 노래 <상록수>가 불리는 동안 완성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얼굴 스케치(아래)를 보고 영감을 받은 아이의 그림(위)



코로나는 당연하게도 독일 초등 졸업반인 4학년 아이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아이는 3. 16일 학교 휴교령 때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과 집에 있다. 평일에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오전에는 메일로 받은 숙제를 한다. 화 수업은 없다. 숙제는 1주일에 한 번씩 과목별로 받아 출력을 한다. 우리는 남편이 사무실을 정리해서 집에 홈오피스를 차렸기에 출력이 가능한데 프린트기가 없는 집은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는 숙제 검사는 없었는데, 지난주에 딱 한번 숙제를 언제 했는지 기록해서 부모님 사인을 받아 담임샘 메일로 보냈다. 어떤 책상에서 공부를 하는지 인증샷도 함께.


아이는 숙제를 받으면 하루 이틀 만에 끝내버리고 책 읽기에 몰두한다. 아이가 독서에 빠지니 그렇게 편할 수 없다. 밥만 먹고 나면 책 읽기에 바쁘다. 물론 독일어 책이다. 옛날처럼 심심하다고 칭얼대지도, 놀아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놀라운 건 아이패드도 안 본다는 것. 그렇게 좋아하던 짱구도. 가끔 그림도 그리고, 플레이모빌 피규어로도 논다. 오후 6시에 짝꿍인 카타리나와 전화 통화. 저녁을 먹고 나면 독일 할머니들께도 안부 전화. 셋이서 보드 게임도 한다. 단골 메뉴는 우노 Uno나 숫자 게임 루미 Rummy. 매일 저녁 영화도 안 빼고 본다. 평소에는 남편과 아이만 보고, 나는 다음날 근무 핑계를 대고 나빼다가 휴무 때만 동참한다.


날이 좋으면 주말에는 산책을 가거나 자전거를 탄다. 내가 일하는 날에는 아침과 점심은 남편이 챙긴다. 얼마 전에는 아이 반 담임샘과 반 아이들이 화상 미팅도 가졌다. 화상 초대가 원활하지 않았는지 참가자는 적었다. 그날 학부모 왓츠앱에서는 접속이 안 된다는 말들이 격하게 오갔다. 예고도 없던 일이니 혼란은 당연하다. 이럴 때는 남편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게 도움이 된다. 지난주부터 주말 한글학교도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 화상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어제는 한국에서 보낸 소포를 받았다. 요즘 독일에서는 한국으로 아무것도 못 보내는데. 소포도 편지도. 2주 전 우체국에 가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파파의 구형 노트북으로 화상 수업을 하는 아이. 한국의 할머니와 이모부와 이모에게 보내는 엽서와 한국에서 온 소포. 요즘 독일에서 한국으로는 아무 것도 못 보낸다.



레겐스부르크의 새어머니께는 매일 저녁 8시에 전화를 드린다. 요즘은 서로가 익숙해져서 평균 30분쯤 이야기를 나눈다. 대화도 자꾸 해야 는다. 주로 어머니의 일상에 대해 여쭙편찮으신 것은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드린다. 70세 중반이신데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쓰시고 외부와 소통을 하실 수 있으셔서 다행이다. 올해는 두 달에 한 번꼴로 예약하셨던 여행이 줄줄이 취소되어 실망이 크시다. 오래 고립되셔서인지 여기저기 아프시다. 얼마 전에는 우리 층의 바로 옆집이 세를 놓는다기에 뮌헨의 우리 옆으로 오시라 하니 싫다 하신다. 친구분들과 주치의가 있는 레겐스부르크가 좋으시다고. 당분간은 자주 전화로 안부를 여쭙는 수밖에.


슈탄베르크의 양아버지는 4월에 병원에 한 주 동안 입원을 하셨다가 다시 돌아오셨다. 몸 상태가 안 좋으셔서 코로나일까 봐 검사를 받으셨다고.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으셨다. 어머니조차 병원 방문이 금지라 혼자 1주일을 병실에서 견디셔야 했는데, 병실에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이닥치자 외계인인 줄 알고 무척 무서워하셨다고. 구십 평생 그런 상황은 처음이시라. 그 얘기를 전해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양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으신 분 같다. 요즘은 어머니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잘 지내고 계신다. 우리와의 재회만 손꼽아 기다리시면서.


어젯밤 아이가 책을 읽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너무 슬퍼!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쓰지? 계속 못 읽겠어.." 이럴 땐 적극 공감해주어야 한다. 스토리를 들어보니 스파이 에이전시 소속인 주인공의 친한 동료가 죽는 대목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줄 아는 것도 책이 주는 선물이다. 어떻게 아시고 어제저녁 시어머니께서 아이에게 책을 사주겠다 하셨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 옆에서 양아버지께서 추천사를 곁들이셨다. 오, 감사해라! 세계명작으로 넘어가면 좋겠다 생각하던 타이밍이었는데. 한국 나이로 11살. 초등 4학년이면 그런 책들을 읽기 딱 좋을 때다. 드디어 중고 가게에서 사 둔 세계명작을 꺼낼 때가 왔나 보다. 아이의 개학은 미정. 5월 개학을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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