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담당하였던 사건인 분묘기지권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 옆 산이나 고속도로에 뜬금없이 보이는 무덤들이 있는 걸 목격하곤 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무덤들이 그 산이나 토지를 보유한 집안의 소유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되어 이러한 무덤으로 인해 발생한 민사사건들을 담당하게 되면서 고속도로 옆에 위치한 무덤들이 과거 남의 땅에 무단으로 설치한 분묘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묘기지권이란 무엇인가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支父母)’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부모님(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신체를 소중히 여겨왔으며, 심지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조차 불효라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조상이 묻힌 분묘를 훼손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남의 땅에 분묘를 무단으로 설치하였다고 하여 그 토지주가 고의로 분묘를 훼손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는 그 분묘를 설치한 소유주를 위해 일정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분묘기지권인 것입니다.
분묘기지권이 법적으로 인정이 되는 권리인가요?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 유사의 관습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합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분묘기지권은 분묘의 기지 자체뿐만 아니라 분묘의 설치목적인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분묘 기지 주위의 공지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1.11.10. 선고 2011다63017,63024 판결].
타인의 토지에 설치한 분묘, 비용 없이 사용 가능할까요?
전통과 관습이 중요하더라도 토지 소유주의 입장에서는 분묘기지권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입니다. 나의 토지에 동의 없이 묘지를 설치했는데, 옮기라고 할 수도 없고 이러한 토지는 토지주가 사용할 수도 없고, 이것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토지소유주에게 너무 가혹하기에, 그 대신 토지 소유주에게는 땅 값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분묘기지권 지료입니다.
토지 소유자에게 언제부터 얼마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요?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료의 구체적 액수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감정을 진행하여 정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정해진 지료가 지가 상승 등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당사자는 지료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
분묘가 설치된 토지를 사용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분묘의 소유자가 지료를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지료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주의할 점은 지료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시효기간이 지나기 전에 청구를 해야 합니다.
"물려받은 토지에 무단으로 설치된 무덤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변호사와 상의하셔서 분묘기지권 형성 유무, 지료 청구, 또는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가 가능한 사안인지 살펴보셔서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