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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Jan 07. 2022

나의 필사 노트 그리고, 나의 애정 하는 문장들


1.


 대학교 시절 명문장 가는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을 글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 글쓰기를 배웠었다. 그때 글쓰기 선생님이 가장 추천했던 방법이 좋은 문장의 필사였다. 글쓰기에 욕심이 있던 나는 그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나의 필사 노트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3년 전 20대 시절의 문장들을 차곡차곡 담아왔던 나의 필사 노트들을 내가 출근한 사이 방 청소를 하던 엄마가 모두 가져다 버렸던 것이었다. 나라를 잃은 기분이란 이런 기분일까? 그 당시 버려진 필사 노트를 생각하며, 일주일간 눈물을 머금고 식음을 전폐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의 잃어버린 문장들을 되찾기 위해 내가 읽었던 책들의 기억을 더듬으며 필사 노트를 다시 만들어 왔었다. (아직도, 나의 20대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청색 커버에 핑크색 스프링의 필사 노트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2.


 잠시 숨 고르기가 가능한 요즘, 퇴근 후에 내가 애정 하는 책 한 권을 꺼내 들고, 새롭게 마련한 빨간색 필사 노트에 한 글자, 한 글자 나의 문장들을 채워가고 있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저녁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시면서 애정 하는 문장들을 내 안에 그리고, 필사 노트에 담고 있다.


 그러다 문득, 좋은 문장들을 찾아 필사하면서 글쓰기 실력을 늘리고 싶었지만, 좋은 문장들을 모아놓은 책을 찾지 못해 아쉬웠던 대학시절의 기억이 떠올랐고(나에게 좋은 문장이 누구에게나 좋은 문장이 아닐 수 도 있겠지만), 내가 애정 하는 문장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끔 밤에 잠을 자다가 누군가 나의 필사 노트를 버리는 꿈을 꾸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기에, 나의 문장들을 영구히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를 만든 문장, 내가 소중히 여겼던 문장들이 담긴 노트는 사라졌지만,  그 문장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내가 아끼는 문장들이 누군가에도 좋은 문장이었으면 좋겠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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