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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은현 변호사 Jan 09. 2022

필사노트5-신영복의 담론


<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


 대학시절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을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20년의 옥살이를 하면서 이토록 평온하고 침착하게 사색하고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읽으며 선생님의 따스한 문체를 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이후,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그리고 마지막 강의 '담론'까지 ...열렬한 독자로 책을 읽어왔다.


아래는 '담론'의 문장들 중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선별했다.




1.


나는 20년의 수형 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깨달은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의 결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히 완고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설득하거나 주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2.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인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연들이 모여서 운명이 되기도 합니다.



3.


여기 저기 우연의 점들을 찍어 나가다 그것이 서로 연결되어 선이 되고 인연이 됩니다. 그리고 인연들이 모여 면面이 되고 장場이 됩니다. 들뢰즈Gilles Deleuze는 장場을 배치(agencement)라고 합니다.



4.


추억은 세월과 함께 서서히 잊혀 가다가 어느 날 문득 가슴 찌르는 아픔이 되어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5.


공부는 살아가는 것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세계는 내가 살아가는 터전이고 나 또한 세계 속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란 세계와 나 자신에 대한 공부입니다. 자연, 사회, 역사를 알아야 하고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6.


고전 공부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적 유산을 물려받는 것입니다. 역사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대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게 합니다. 언어를 익히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그러나 고전 공부의 목적은 과거, 현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7.


고전 공부는 고전 지식을 습득하는 교양학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 유산을 토대로 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창조적 실천입니다.



8.


우리가 작은 추억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추억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뜻밖의 밤길에서 만나 다정한 길동무가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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