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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반향초 Jul 09. 2022

시를 필사하는 시간 7-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오늘 참 달이 밝네요.”   

  

일본의 한 번역가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은 일본의 정서에 어울리지 않아 “오늘 참 달이 밝네요.”라고 번역했다고 한다. 그 뒤로 나는 달이 밝은 밤이거나, 설레이는 소식을 전해들을 때면 사랑하는 연인이 산책을 하며 “ 오늘 달이 참 밝네요.”라고 수줍게 속삭이는 모습을 떠올리곤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었다. 기적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친구의 예비신랑과 친구는 하늘이 정해준 운명인 듯 했다. 수줍게 그간의 일들을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행복, 설레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친구가 원하던 이상형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에 덩달아 신난 나의 모습에 친구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친구는 나에게 네가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기적처럼 네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해주면서 자신의 좋은 기운을 나에게 흠뻑 전해주었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름다운 달빛으로 가득했고, 달빛의 정취에 취해 나도 모르게 “오늘 참 달이 밝네”라고 혼잣말로 작게 소근거렸다.               





오늘은 설레이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김용택 시인님의 시를 필사했다. 내가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늘 신의 은총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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