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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닥쓰담 Aug 17. 2020

사고형이 못 알아듣는
감정형의 말 (1)

#15  나는 어떤 성향인가? : 사고형/감정형


“어떻게 내 편을 안 들고, 남의 편을 들어?”


남의 얘기를 들을 때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편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감정형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하소연 상대다. 힘들고 속상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어질 때 떠오르는 사람은 사고형이 아니라 감정형 친구다. 사고형 친구를 붙들고 얘기했다가는 지적과 충고, 잘못하면 질타까지 듣게 될 수 있다. 


아내가 직장에서 있었던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남편에게 이야기한다. 신중히 아내의 말을 듣고 있는 남편은 중간중간 아내의 말을 끊고 질문을 한다. 
“그러니까 돈을 보낸 게 부장한테서 전화를 받기 전이야, 후야?”

아내는 평소에 부장이 어떤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인지를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남편이 또 말을 끊고 질문을 한다.
“잠깐만, 부장한테 금액 확인을 문자나 메일로 보낸 게 있어, 없어?”

아내는 이야기에 몰입을 안 하고 자꾸만 맥을 끊으면서 질문을 하는 남편 때문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남편이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서, 아내는 그 부장이 얼마나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인지에 대해 지나간 일들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한다. 남편이 또 말을 끊는다.
“그 얘기는 저번에 들었고… 어쨌든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면 다행이다 생각하고, 아무 소리 말고 가만히 있어.”

아내는 감정이 폭발한다.
“뭘 가만히 있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내 편을 안 들고, 알지도 못하는 부장 편을 들어?”

‘뭐라?!’ 
남편은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다. 아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얘기를 신중히 들었고, 어떻게 하는 것이 아내에게 가장 유리하고 피해가 없을 것인가 따져보고, 오로지 아내 편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 편을 든다고 화를 내다니….


“어떻게 내 편을 안 들고, 남의 편을 들어?” 


사고형은 감정형에게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데, 이럴 때 사고형은 어리둥절해진다.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반격이나 해명을 못 한다. 


과업중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형은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곧바로 ‘문제해결’이라는 과업을 중심으로 회로가 돌아간다. 역할과 권한, 책임의 경계와 범위… 이런 선을 명확하게 그으면서 옳고 그름, 득실과 유불리를 분별한다. 이렇게 사고형은 문제를 ‘분리’하고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반면에 감정형은 누군가 속상한 일을 당한 것을 보면 마치 그 사람과 ‘한덩어리’가 된 것처럼 공감한다. 한덩어리로 뭉쳐져서 네 슬픔인지 내 슬픔인지 구분이 안 되고, 네 설움 내 설움이 한데 섞여 쏟아지는 것이 감정형들의 위로다. 때로 당사자보다 옆에서 더 흥분하고 한술 더 떠서 욕을 해주는 것이 (사고형들이 볼 때는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오버’로 보이겠지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감정형은 이런 정도의 공감을 바라는 것이고, 사고형은 이렇게까지 감정이 한덩어리가 되기는 어렵다. 머리로 알고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고형과 감정형 사이에는 항상 이게 문제가 된다. 정확히는, 소꿉놀이 영역에서 사고기능을 들이댈 때(위 사례에서의 남편처럼), 반대로 스포츠 영역에서 감정기능이 넘치거나 사고기능이 미숙할 때 문제가 된다.



사고형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어떤 문제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때로는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서가 문제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고형은 누가 무엇 때문에 상처받았는지, 왜 삐쳤는지 이런 데 둔감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누구랑 다퉜다는 친구의 하소연을 듣고 “니가 잘못했네”라고 말해서 감정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친구들한테 너무한다는 소리를 듣고, 맞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아무 짓도 안 한’ 자기가 나쁜 사람이 돼버리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사고형은 이런 일을 많이 겪는다. 공감, 동정심, 편들어주기 같은 것들로 감정 교류를 하는 감정형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그룹에서는, 논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지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고형은 ‘못됐다’, ‘잘난 척한다’는 소리를 듣고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사고형이 보기에 감정형들이 형성하는 여론은 변덕스럽고 이치에 닿지 않는 일이 많다. 어제까지는 아무개가 세상에서 제일 못된 애였는데 갑자기 오늘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애가 돼서 모두가 편들고 호의를 베풀고 너도 나도 친밀감을 표현한다. 

이런 상황이 사고형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렵고, ‘나만 나쁜 사람 같고’, 진심으로 공감이 되지 않아서 겉도는 자기 자신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직장생활이나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일을 처리하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서 사고형 언어가 기본 언어가 되지만, 교회, 봉사활동, 가족, 친구들 모임 같은 곳에서는 감정형 언어가 공식 언어가 된다.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직장에서는 직장생활에서조차 감정형 언어가 통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고형 여성들은 어렸을 때부터 감정형 가면을 쓰는 법을 배운다. 가면을 너무 잘 쓰고 너무 오래 써온 탓에, 이제는 자기가 감정형이라고 믿는 사고형 여성들도 많다. 원칙보다는 동정심이 앞서고 ‘너와 나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감정형의 특징들이 ‘인간적이다’, ‘사랑이 많다’, ‘따뜻하다’, ‘착하다’ 같은 의미로 해석되고, 관습적으로 여성에게는 이런 것이 장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에는 감정형이 사고형 가면을 쓴다. 요즘에는 스윗하고 배려심 많고 공감해주는 감정형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졌지만 이렇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남성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감정형 남성들은 사고형 갑옷을 입고 살아간다. ‘다치지 않으려고’가 아니라 ‘쉽게 다칠 것 같아 보이지 않으려고’.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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