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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08. 2021

프롤로그

나에게 연애는 항상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대학 다닐 때는 친구들, 선배들과 노는 게 더 즐거웠고, 회사 입사 후에는 야근과 여행, 취미 생활 등이 먼저였다. 물론, 이런 것들을 다 즐기면서 연애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연애가 낄 자리를 잘 만들지 않았고, 철벽녀 기질도 있었다. 흔히 어른들이 말하는 무조건 삼 세 번은 만나봐야 한다는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평소 성격은 둥글둥글하면서 남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 칼 같은 면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범했던 나에게 연애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았으며 필요성도 그다지 느끼지 않았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 좋겠다는 꿈은 있었지만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나는 40대가 되었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가 등장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바뀌었고, 나 또한 그랬다. 여행, 취미 생활 등이 올 스톱되었고, 회사도 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 모든 활동을 안 하게 되니 이전에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깊은 우울이 찾아왔다. 우울을 극복하고 난 후, 앞으로 남은 생을 위해서 인생의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혼을 해야 했고, 결혼을 위해서는 연애를 해야 했다.

가족, 친구, 취미 생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40대가 돼서야 연애가 우선순위가 되다니 나 스스로가 안타까웠지만 이제라도 연애를 위해 뭔가 시작해야 했다.


이성을 만나기 위한 제일 보편적인 방법은 소개팅이나 선이다. 40대 이상 미혼 여성들은 많이 공감할 텐데 소개팅이나 선이 30대 중반부터는 훅훅 숫자가 줄면서 아예 안 들어오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30대 중반부터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제 지인들에게 부탁하기도 어렵다. 괜찮은 사람이 있었으면 이미 해줬거나 해주고 싶어도 해줄 사람이 없어서 못해주는 걸 잘 알아서이다. 그래서 소개팅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니 결혼정보회사와 소개팅 어플이 남아 있었다. 둘 다 안 좋은 후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던 나는 비용 부담이 큰 결혼정보회사 대신 소개팅 어플을 선택했다. 소개팅 어플을 시작해보니 왜 안 좋은 후기들이 많은지 알게 되었다. 우선 주선자가 없고, 실제 만나는 게 아니라 그런지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매일 매칭이 이뤄지니 여러 명과 동시에 연락을 하는 경우도 많아 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괜히 시작한 게 아닌가 했지만 어플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사람은 초반에 걸러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확률이 낮은 거 같지만 분명 괜찮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져서인지 드디어 괜찮은 사람과 매칭이 되었다.

그는 30대 연하남이었고, 2주 동안 매일 연락하며 많은 대화를 나눠보니 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그를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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