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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17. 2021

그와 나, 드디어 만나다.

드디어 그와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긴장이 따르는 일이다.

톡과 목소리로만 대화를 나눴던 그를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 나를 더 긴장하게 했고,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긴장은 배가 됐다.

그리고 더 떨리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봤는데 그 내 사진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에게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이러했다. 실물보다 잘 나온 사진을 보내면 실물을 보고 실망할 것 같았고, 실물보다 못한 사진을 보내면 실망해서 만나고 싶은 마음 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거기다 내가 연상이라 나이차가 많이 나보이 않을까 하는 걱정도 더해졌다. 이렇게 쓰다 보니 이런 걱정들을 어떻게 이겨내고 만났는지 신기하지만 꼭 만나고 싶다는 마음  용기를 냈던 것 같다.

이런 걱정을 하는 사이 약속시간은 다가왔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예쁘게 보일 수 있도록 나를 꾸미기 시작했다.

처음 만날 때 외모를 꾸밀 때 새로운 도전은 지양해야 한다.

 옷을 입으면 불편할 수 있고, 새 화장품을 썼는데 생각보다 안 어울릴 경우 수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입었을 때 주위에서 예쁘다고 했던 옷이나 화장법을 하는 게 좋다.

그중에서 노출이 심한 옷, 짙은 화장 등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차림보다는 무난한 옷과 화장법이 좋으며 동성보다는 이성에게 평이 좋았던 차림이 더 좋다.  

그래서 나는 화이트 블라우스와 블랙 스커트를 입고, 평소 하던 화장법에 피부 화장과 헤어컬에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과 기대감을 가지 집을 나섰다.

어느새 그와 만나기로 한 2층 카페 앞에 도착했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카페를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 순간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설마!


카톡을 본 순간 느낌이 왔다. 카페에 앉아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인 그가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나의 체격과 어떤 옷을 입을지 얘기를 해놓긴 했지만 나를 한눈에 알아봤다는 점에 기분이 좋아졌다. 카페에 들어서니 나 역시 그를 한눈에 알아봤고,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카톡과 통화로 수많은 대화를 했지만 막상 만나서 대화를 하려니 어색해하며 긴장한 나와 달리 그는 밝게 웃으며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의 배려가 느껴지면서 긴장도 조금씩 풀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나를 보고 실망했는데 티를 안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의 이런 불안감을 그 느꼈는지 내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불안해하지 마. 나도 좋으니까"

만나기 전 대화를 통해 섬세한 남자라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그 섬세함을 첫 만남에서 보여주다니 시작이 좋았다. 나도 그의 손을 맞잡으며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고, 배고파짐을 느낀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와의 첫 식사를 마치고,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갔다.

첫 만남에 방탈출이라니! 내 나이 또래에 하기 어려운 데이트라 더 신이 났다.

처음에는 방탈출 게임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재미있었는데 하다 보니 꼭 탈출에 성공하고 싶어졌다. 우리는 합심해서 열심히 문제를 풀었고, 나보다 훨씬 문제를 잘 풀던 그가 멋있어 보였다. 54분 만에 탈출에 성공했고,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제공하는 기념사진도 찍었다. '첫 만남에 사진까지 함께 찍게 되다니 운명적인 만남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오버다 오버'라며 혼자 손사래를 쳤다.

썸 타는 중이거나 연애 초기에 방탈출 게임은 좋은 데이트 코스인 것 같다. 보통 남자가 논리에 강한 편이어서 문제를 잘 풀면 여자에게 매력 어필이 될 수 있고, 잘 못 푼다 해도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즐거웠던 방탈출 게임을 하고 나니 시간이 늦어져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마침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우리는 음료를 사 와 벤치에서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헤어질 즈음 그가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우리 진지하게 만나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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