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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18. 2021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된 우리

나의 대답은 'Yes! Yes! Yes!'였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기에는 너무 내 맘을 다 드러내는 것 같아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첫 만남에서 연인이 되었고, 일요일인 다음날도 데이트를 했다.

남산을 가기로 한 우리는 명동에서 점심을 먹고, 소화시킬 겸 명동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오랜만에 온 명동은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은 상점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웠다.

별로 돌아볼 곳이 없어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남산을 올라가기 위한 체력 비축을 위해 쉴 수 있는 룸카페로 정했다.

가까운 룸카페에 들어가 티브이를 보다 그가 내 무릎을 베더니 곧 잠이 들었다.

잠이 든 그를 깨울 수 없어 엉거주춤 앉아서 티브이를 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그를 깨웠다.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던 나를 본 그가 불편했겠다며 옆에 잠깐 누우라며 팔베개를 해줬다.

'우리 오늘 만난 지 2일째인데 벌써 이래도 되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의 팔을 베고 잠시 누웠다. 

처음 손잡을 때 보다 더 떨렸다. 40대가 되었어도 설렘과 떨림이 남아 있다니... 이런 설렘과 떨림을 다시 느끼게 해 준 그가 고마웠다.

그렇게 조금 누워있다 그가 내쪽으로 몸을 돌려 나를 꼭 안았다. 

그의 품은 너무 따뜻했고, 떨림을 넘어 심장이 너무 두근거렸다. 이제 심혈관 질환을 조심해야 할 나이이다. 진정하고 일어서려는데 그가 이마에 뽀뽀를 했다.

떨림 연타를 맞은 기분이었다. 그 떨림들을 뒤로하고 룸카페를 나와 카페에 갔다.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끊임없이 즐거운 대화를 나눴고, 해질 무렵 남산을 향해 출발했다.

오랜만에 올라간 남산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그는 나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남산 정상에 오른 후, 벤치에서 쉬면서 그가 말했다.

"우리 체력 나이가 바뀐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조금 안도가 됐다. 연상인데 더 체력이 좋다니 얼마나 큰 장점인가!


남산을 내려오기 전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이 있으며 특히, 연애에서는 더 크게 작용한다. 

그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나는 그에게 어떤 노력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연애에 있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한다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와 나의 연애의 시작이 잘 되고 있다고 느끼며 올라왔던 길과 다른 길로 내려갔다.

그 길은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가 남산 야경에 어울리는 노래를 틀었다.

첫곡은 내가 며칠 전 좋다고 말했던 노래였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던 노래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내가 얘기한 이후 계속 그 노래를 들었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그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다고 한 노래 이후부터는 그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며 내려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빠르게 우리 가까이 지나갔다. 

그 순간 그가 나를 감싸며 이렇게 말했다.

"많이 놀랬지? 애기야!"

어머... 내가 이런 호칭을 들어도 되는 건가? 애기한테 너무 미안한데... 부끄러운 기분이 들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연상이다 보니 나이에 대해 신경이 쓰였는데 애기라는 호칭을 들으니 그 부분에 덜 신경 써도 되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남산을 내려오는 긴 시간 동안에도 우리의 대화는 끊임없이 즐겁게 이어졌고, 만나기 전부터 느꼈지만 서로 대화가 참 잘 통한다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특히, 연인 간의 대화를 중요시해서 우리는 잘 맞을 것 같은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남산을 다 내려와 벤치에 앉아서 쉬는 동안 그가 자신의 과거 얘기를 하다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여줬다.

지금보다 살이 많이 쪘던 과거라며 쑥스러워했다.

그 사진을 본 내가 말했다.

'살찐 얼굴에 잘생김이 묻어나 있어!'

나의 말에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는데 나는 진심이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만난 지 이틀 만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나 보다.

'그래. 이렇게 오랜만에 콩깍지 씐 김에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자!' 다짐하며 잠자리에 누웠다.

그 순간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내 꿈 꿩!

20대들만 이런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어서도 이런 말을 듣다니 처음 연애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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