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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20. 2021

이 시국에 노래방이라니...

그와 나는 다른 점이 꽤 많았다.

그중 하나는 나는 계획적인 편이었고, 그는 즉흥적인 편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보통 만나기 전날 어디서 만나 뭘 할지 함께 정했었는데 어느 날 정해진 코스가 아닌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는 그의 즉흥성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그날은 좀 일찍 들어가야 해서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커피를 마시던 중 갑자기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나는 노래방을 좋아했지만 코로나에 꽤 예민한 편이었고, 이 시국에 노래방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가자고 하니 마스크 끼고 손 소독 잘하고 부르면 괜찮을 거라고 나 스스로를 설득하며 어느새 따라가고 있었다. 이게 사랑의 힘인가? 풋하며 웃음이 났다.

그는 나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고 하며 마지막곡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무슨 노래를 들려줄지 엄청 궁금했지만 꾹 참고, 내가 부를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나는 책으로 노래 목록을 찾던 시절에 노래방을 많이 다녔었다. 그래서 리모컨으로 노래를 검색하는 게 익숙지 않아 좀 창피하지만 그에게 노래 검색을 부탁했다. 근데 그마저도 최신 노래는 잘 안 들어서 내가 고른 노래 번호는 4자리였다. 또, 한 번 더 창피했지만 꿋꿋이 노래를 불렀다.

서로 한 곡씩 부른 후, 우리는 듀엣곡을 부르기로 하고 'All for you'를 골랐다.

나는 쿨의 'All for you'를 생각했는데 그가 고른 'All for you'는 서인국, 정은지가 부른 버전이었다.

어차피 같은 노래라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쿨의 유리보다 정은지의 키가 훨씬 높았다.

나는 목소리가 낮은 편이어서 고음불가인데 이미 반주는 시작됐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 그가 말했다.

자기, 이 노래 잘 모르는구나.

'응? 아니! 아주 잘 아는 곡인데?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노래 중 하나인데? 물론, 내가 부른 건 쿨 버전이었지만'라고 생각만 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곡인 그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차례가 되었다.

고백송일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어떤 노래일까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폴 킴? 아니면 부드러움의 대명사 성시경?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반주가 시작됐다.

그의 선택은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였다. 아는 노래였지만 제대로 들어본 적 없었는데 그가 부르기 시작하자 그의 손을 꼭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에 집중하며 들었다.   

궂은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댄 편히 걸어가요.
걷다가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가사 모두 좋았지만 나는 특히 이 부분이 좋았다.

'그래, 나 자기를 믿고 한 번 가볼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사이에 노래가 끝났다.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그가 나를 꼭 안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4일 후에 만나야 하는데 잘 참을 수 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40년을 기다렸는데 4일이면 기다림의 ㄱ도 못쓸 시간이야.'

4일 후 만났을 때는 어떤 교감을 나눌지 기대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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