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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골드 Oct 22. 2021

그와 함께 간 꿈과 환상의 나라

연애 초기에는 그 또는 그녀와 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좋다.

나 또한 그와 만나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이 그랬다.

특히, 일반적인 밥, 카페 코스가 아닌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데이트를 해서 더 좋았다.

오늘은 꿈과 환상의 나라인 에버랜드에 가기로 했다.

우리가 실제로 만나기 전 하고 싶은 데이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에버랜드를 말했었고, 그걸 기억하고 있던 그가 먼저 제안했다.

내 말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데이트를 준비하는 그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작은 이벤트로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서 실패하면 안 되므로 검증된 메뉴인 유부초밥, 샌드위치, 과일로 정했다. 유부초밥은 많이 해봐서 별 문제가 없었고, 샌드위치는 가끔 했지만 모양에 신경 쓴 적은 없어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작업이 필요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판매하는 샌드위치처럼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이 잘 나와있었고, 그 방법 그대로 전날 미리 만들어 포장을 해보았다.  

그리고 새벽 6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 같은 2개의 도시락이었지만 조금 더 예쁘게 싼 도시락을 그에게 주려고 사랑의 스티커들을 붙여 놓는 세심함도 발휘했다. 그가 조금은 감동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카톡이 왔다.

자갸 오늘 약간 선선한 날씨가 예상됩니다요~~! 가디건 챙기구
비는 보슬비가 오전에 잠시 내리다가 개장시간 때부턴 거의 안 내릴 거 같오♡♡이따 봥♡♡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모닝 톡을 보냈다.

평범한 아침인사들이었지만 눈뜨자마자 보는 그의 톡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에도 느끼고 있었지만 오늘의 모닝 톡은 더 다정하고 자상했다.


우리는 에버랜드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고, 내가 먼저 도착했다. 정확한 셔틀버스 위치를 찾기 위해 그가 예약한 예약증을 보는데 어? 예약 날짜가 오늘이 아닌 내일로 잘못돼 있다.

그러는 사이 그가 도착했고, 평소 같았음 반가워하며 손부터 잡았을 텐데 인사도 없이 내 눈은 스마트폰에 고정된 채 예약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당황한 그가 다시 날짜를 보더니 잘못된 걸 확인하고 아무 말도 못 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나는 화내지 않고, 어떻게 에버랜드를 갈 수 있을지 찾아보자고 했다.

우선 주말이니 우리 외에 셔틀버스를 예약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그 시간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돼도 셔틀버스는 오지 않았고, 에버랜드에 가는 일반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근처에 버스가 있었는데 먼 거리라 그런지 배차 시간이 길었다. 정류장에서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어서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카페로 가는 길에 그가 말했다.

자기야, 이제 좀 웃어줘~

나는 화를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말로 표현을 안 했을 뿐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고, 풀릴 기미가 안 보이니 그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아차 싶었다. 잘못한 일이긴 하지만 실수였는데 너그럽게 이해하고 넘어가던지 아님 한마디를 하던지 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못난 대처였다. 그의 말에 '내가 안 웃었어?'라고 대답하며 활짝 웃었다. 그제야 그도 웃었고, 커피를 마시며 조금씩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에버랜드에 도착하니 도시락이 들어있는 가방이 무거워지기 시작해서 가방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가방을 든 그가 놀란 얼굴로 왜 이렇게 무겁냐고 물었고, 나는 깜짝 이벤트로 하고 싶었던 도시락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미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에버랜드에 입장한 우리는 첫 번째로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탔다. 다른 점이 많았던 우리였지만 어트랙션 스타일은 딱 맞았다. 쫄보들이라 스릴 있는 어트랙션은 못 타고, 회전목마 같은 수준만 가능했다. 그런 우리에게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나름 스릴이 있는 편이었다. 다음으로 어떤 걸 탈까 하다 배고픔을 느낀 우리는 도시락을 먼저 먹기로 했다. 점심 먹기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도시락 먹을 공간을 수월하게 찾았고, 바로 도시락을 꺼냈다. 그가 신나 하며 사진을 찍고 난 후 함께 맛있게 먹었다. 과일까지 남김없이 다 먹은 그가 깨끗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그의 도시락에 붙여놨던 스티커들이 버리기 아깝다며 자기 손에 붙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의 세심함까지 알아주는 그에게 더 빠져들고 있었다.


소화시킬 겸 정원을 둘러본 후, 우리의 주 어트랙션인 회전목마를 타러 갔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면서 회전목마 도는 걸 지켜봤는데 혼자 타는 말 대신 함께 타는 마차가 타고 싶어졌다. 근데 마차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아이들 또는 아이와 함께 타는 부모들이었다. 내가 타고 싶으면 타는 거긴 하지만 성인 둘이 타면 보기 좀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얘기했더니 그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내 배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꼬물이, 재밌지?

아니, 이런 능청스러움은 어디에 숨겨놨던 거야? 만날 때마다 그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나한테 양파 같은 여자라고 했었다. 까도 까도 계속 매력이 나온다고... 그러면서 자기도 나 못지않은 매력 부자라고 했다. 그땐 흘려들었는데 그는 매력 부자가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가상의 꼬물이와 함께 마차를 탔고, 그는 중간중간 잊지 않고 내 배를 쓰다듬는 척을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겼던 나는 회전목마를 타는 내내 크게 웃었다.

몇 개의 어트랙션을 더 즐긴 후, 우리는 피곤에 쩔어 스카이 크루즈를 타고 올라왔다.

둘 다 어린 나이가 아니라 그런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체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스카이 크루즈를 타고 오면서 오늘 너무 즐거웠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일찍 데이트를 시작하지 말기로 합의를 봤다. 그렇게 피곤한 와중에 그는 나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다며 나를 데려다주고 갔다.

오늘 대체 매력을 몇 개나 더 보여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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